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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솔 Mar 23. 2024

마음과 머리의 휴식을 거치고

우울증 처방전의 부작용과 싸우기

요즘은 우울증 치료제를 먹지 않고 있다. 4개월 만에 치료제를 끊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할 때 기록한 글을 다시 보았다. 그때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했고 괴로웠었는지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옛일처럼 느껴졌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전을 받아 치료하자 증상은 조금씩 호전되었다. 우울감은 차츰 사그라들었고 괜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나지 않았다. 신기했다. 그 뒤로 처방전에 의지하게 되었다.


그러다 한 달이 흐르고 두 달이 지나자, 대인기피증도 극복하고 취미생활을 조금씩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삶에 대한 기대가 생겨나고 사소한 걱정은 문제도 아니라는 마인드로 지내게 되었다.


다만, 출근은 여전히 심적으로 도피하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다. 업무 내용은 물론 환경 자체가 나 자신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해서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2월 초에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 뒤로 새 직장을 찾았고 입사 날을 기다리며 지내던 중에 몸의 변화를 느끼고 살짝 불안했다. 헬스장에서 웨이트 하려고 하면 무게를 별로 올리지 못한다. 신체적으로 무언가 힘이 달리고 쉽게 지치는 체질이 되었다.


취미생활을 유지하며 전시회나 공연을 보러 다녀도 감동을 덜 느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도 제때 메모하지 않으면 쉽게 잊어버리곤 했다. 그리고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 긴 문장을 구사하기가 힘겨웠다.


이런 증상은 아무래도 우울증 처방전의 부작용 같았다. 뇌 속의 불필요한 잡생각을 잡아주면서 정상 세포도 어느 정도 손상되었을 것이다.


해서 마지막 처방전을 받았지만, 다 먹지 않고 미리 약을 끊었다. 적어도 현재 몸 상태는 많이 호전되었고 나를 극도로 우울하게 만든 환경을 벗어났으니 괜찮을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는 나 자신에게 달렸다.




photographer: oct.snow

https://www.instagram.com/p/C4P7g52vTUR/?igsh=cThhejhtZTdlOX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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