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기연 Nov 08. 2023

학문으로서의 디자인

다양한 디자인의 세계

학문의 목표는 진리탐구다. 진리는 둘 일 수 없다. 단 하나만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 진리를 찾고자 한다. 그 모든 활동을 학문이라 부른다. 그것이 학문을 하는 궁극적인 목표다. 

어떤 것은 진리라고 생각했지만 완전한 진리는 아니었다. 착각했을 뿐이다. 더 본질적인 진리에 가까워지기 위해 오늘도 여러 학자들은 저마다의 분야에서 진리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그렇게 해서 찾거나 발견한 진리는 상식이 된다. 따로, 증명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될 정도라면 진리는 곧 상식으로 변해있을 것이다. 그 과정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면서 타당하다.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을 진리라 생각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실체적 진리는 그 반대였다. 이후 태양의 주위를 도는 지구가 상식이 되었다. 인문학에서 출발한 이런 개념은 자연과학을 거치면서 많은 파생학문 분야를 낳았다. 그리고,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보다 더 세부적인 학문의 영역이 생겨나고 없어졌으며 통합되고 사라져 갔다. 


디자인은 비교적 근래에 등장한 개념이다. 급격한 세계화의 변화와 시대적 흐름에 의해 태어났고, 성장했으며 지금도 발전하고 있다. 다른 타 분야와 마찬가지로 세분화되고 고도화되었으며, 융합과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눈부시고 빠른 변화의 발전은 응용분야뿐만 아니라 이론과 존재, 방식, 사고를 다루는 학문으로서의 디자인을 바라보고 있다. 응용산업이 존재하는 전공의 학문분야는 어떤가? 인문철학이나 자연과학처럼 숨겨져 있지만 미처 찾지 못한 하나의 진리를 찾아 나서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개념을 학술적 관점에서 새롭게 정의하거나 분석(혹은 그 기법)하거나 또 다른 영역과의 융합으로 태어날 것인가? 오랜 전통적 역사를 가지지 못한 디자인은 학문으로서 어떤 모습으로 정형화되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사물이나 존재 자체 혹은 미적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철학이, 구동하거나 작용하는 기능에 대해서는 물리학이, 사용자의 마음은 심리학이, 상업적 영역에서는 기술적 경영학 등이 영역을 나눠 전리품처럼 가지고 있다. 순수 디자인 그 자체에 대해서는 홀로 독립적인 학문영역이라고 칭하기에는 부족한 듯하다. 


학문은 학술활동을 동반한다. 실존하는 현실세계의 문제보다는 학술적이고 개념적이며 논리적인 이론과 하나의 진리를 추구한다. 이런 게 디자인이라는 개념에도 어딘가에 존재하겠지만, 나는 찾지 못했다. 학문을 담당하는 학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학과정 이상에서 근무하는 교수자들도 학자보다는 교육자에 가깝다. 학회나 연구단체 등에서 도출하는 결과물은 순수 학문보다는 심층보고서를 논문구조 등에 맞춘 것과 유사하다. 이러다 보니 글을 쓰고 있는 본인도 학위가 있지만, 다른 순수학문분야에 비하면 모자람이 넘친다. 그러나, 여전히 어딘가에는 디자인을 학문으로 활용하는 학자들이 존재할 것이다. 이들은 시간이 지나도 상황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만고불변의 진리가 디자인 어딘가에 있다고 믿으며 그 상식이 되기 전 순수한 진리를 찾고 있다. 디자인 과정에서, 디자인적 사고에서, 그 결과물에서 진리를 찾아 헤맨다. 그러나, 그 외 많은 사람들은 순수한 진리보다는 산업현장에서 많이 쓰이고, 재고 없이 판매되는 최종 결과물의 상품성에 관심이 더 많다. 이는 어찌 보면 산업영역이 존재하는 상업디자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교육자와 학자는 항상 겹치지 않을 수 있다. 디자인을 학문으로 바라보고 연구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는 바로 미래를 다양한 관점에서 준비하기 힘든 일반회사나 보통사람들이 볼 때에는 너무 가치 있는 행위다. 이런 연구와 학문행위를 통해서 필드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의 새로운 가치관이나 기법, 기술이 연구되고 이 중 아주 극소수겠지만, 일부에서는 변치 않는 진리를 찾아내기도 한다. 순전히 디자인의 영역 안에 온전히 들어와 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 숫자가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 힘은 없겠지만, 산업계 전반에 공통적으로 적용시킬만한 폭넓은 기술까지는 아니라 어쩔 수 없겠지만, 학문으로서의 디자인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미래에 대한 기대로 인해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는 중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