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헉헉거리면 삶이 바뀐다!!
크로스핏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어가고 있다.
작년 10월 경부터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으니 50이 넘은 나이에 선택할 수 있는 운동의 범위는 한정적이었다. 크게 비용과 시간이 들지 않으면서도 효과가 있었으면 했다. 너무 과격하거나 배우기 어려우면 흥미가 쉽게 떨어질 것 같았다. 주위에서는 골프를 배우라고 했지만, 내 기준에서 골프는 운동이 아닌 스포츠였다. 그리고, 스크린 골프로 몇 번 접해본 골프는 그다지 흥미가 붙기 어려웠다. 이왕 하는 거면 격기 종류를 해보고 싶었지만, 51살에 시작하는 종목으로는 스스로 포기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떤 게 있을지, 이왕이면 아침 시간에 할 수 있어야 하고 주차가 용이하면서 내가 움직이는 동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장소를 찾았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크로스핏이다. 부경대 대연캠퍼스를 기준으로 총 3개의 박스(체육관을 박스라고 함)를 찾았다. 간단하게 찾아본 후기에는 힘들다, 어렵다, 위험하다가 주된 의견이었다. 묘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일단 찾아가서 분위기를 보고 싶었다. 점심을 먹고 찾아간 크로스핏 박스는 지하에 있었고, 마침 쉬는 시간이었는지 운동하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다만 근무하던 코치에게 이 나이에도 할 수 있냐고 물었고, 그분의 대답은 심플했다. "그냥 조금만 헉헉거리기만 하면 됩니다" 그걸로 오케이였다.
크로스핏은 2000년 Greg Glassman이 설립한 격렬한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IT) 프로그램이다. 크로스핏은 웨이트리프팅, 유산소 운동, 유연성 운동을 결합한 운동으로, 신체의 모든 근육을 단련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게 첫 번째 매력요소였다. 매일 다른 운동을 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다. 또한, 크로스핏은 팀워크를 강조하기 때문에, 운동을 통해 동료들과의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이 점은 I성향인 나에게는 제일 큰 걱정거리였다. 운동하는 과격한 젊은 E성향의 사람들 틈에 섞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코치가 지도하는 코스는 개인에게 맞춤형이다. 개인 수준에 따른 중량, 횟수조절을 해준다. 일반적인 헬스클럽에서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과는 다른 아주 큰 장점이다.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 역시 존재한다. 운동 자체가 고강도의 인터벌을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부상의 우려가 있다. 단, 제대로 된 교육과 자세, 그리고 개인에게 맞는 수준에 따라 한다면 부상은 최소화할 수 있다. 코치의 지도를 잘 따르면 된다. 달리기를 하거나 걷다가도 삐끗할 수 있다. 모든 신체활동에는 기본적인 부상의 위험이 있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장점들은 단점을 커버한다. 중량이나 횟수는 천천히 늘리면 된다. 선수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건강이 최고의 목표니 그에 맞게 활동하면 된다.
나도 작년 11월 1일에 처음 접해본 크로스핏은 신세계였다. 이 말의 의미는 하루 만에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는 말이다. 사람이 극도로 힘든 상태가 되면, 하품이 나오는 것도 경험했다. 뇌에 산소가 부족한 상태까지 가봤다는 것이다. 물론, 이쯤 되면 몸이 알아서 멈춰주니, 헉헉거리고 누워있으면 회복이 된다. 첫 3달 정도는 스스로에게 자꾸 의구심이 들었다. 매일 아침에 극기 유격훈련을 다니는 듯했다. 그러던 것이 조금씩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할 수 없던 동작이 할 수 있는 동작으로 바뀌고, 그 동작의 숫자도 조금씩 늘어나는 것이 보였다. 지금도 역시 WOD(Work of the Day, 오늘의 운동구성)를 하고 나면 힘든 건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힘들다는 감정이 예전과는 다르게 재밌다는 생각으로 바뀌고 있다. 한 개도 못하던 푸시업도 한 번에 30개는 가능하고, 스쿼트 숫자나 역도 중량도 아주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스스로가 뿌듯한 마음이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 중 하나가 빨리빨리다. 투자대비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좋은 관점에서 본다면 짧은 시간 내에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크로스핏이다. 유산소와 근력운동이 적절히 배치되고, 몸을 움직여 만들어내는 신체적 강화는 최소의 시간에 몸으로 체감된다. 사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땀이 날 정도로 뛸 일도 거의 없다. 헉헉거릴 정도의 무게를 들어 올릴 일도 찾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운동을 해야 한다. 특히, 중년의 나이로 갈수록 본인이 가장 잘 안다. 내 몸이, 내 체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솔직히 얘기하면 예전에도 뭐 별게 없었다. 이제는 운동이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가 되었다.
크로스핏은 온몸의 발전을 위한 최적화된 대중프로그램이다.
지루하지 않으면서 개인에게 맞춤식으로 진행되며, 밝은 에너지가 넘쳐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 전문선수가 아닌 일반적인 체력향상이 목표인 사람이라면 최선의 선택이다. 웨이트리프팅, 유산소, 유연성 운동의 결합프로그램은 매일매일 바뀌면서, 신체의 모든 근육을 단련시킨다. 시간이 많지 않은 학생, 직장인들에게는 더욱 효율적이며, 나 같이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중년 이후에게는 삶을 리프레쉬해 줄 수 있는 선택지라고 하겠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이를 운동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팀워킹을 통한 비즈니스모델로의 확산 등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조금만 헉헉거리면 삶이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