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 글을 쓰는가?
언젠가는 이 주제로 글을 써보고 싶었다.
나 스스로도 생각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어느 디자인 관련 유튜브 영상의 댓글이 나를 이끌었다. 댓글은 정확히 이렇게 씌어 있었다.
“저 분야는 ‘디자인’이란 단어로 말장난하다가 개념 경계가 무너져 수습할 수 없는 차원으로 가버린 듯“
영상의 내용은 모 대학 교수님의 인터뷰 영상이었는데, 디자인과 기술, 개념 등에 관한 것이었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평소 비슷한 생각을 나도 하고 있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거의 30년 가까이 디자인하고 있고, 디자인교육과 관련 컨설팅을 하는 입장에서도 근래 등장한 디자인프로세스는 너무 많고 다양했다. 개별 디자인프로세스를 하나하나 익혀야 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특히, 디자인씽킹과 서비스디자인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디자인프로세스 개념이 더욱 다양해졌다.
현역 디자이너가 낯설어할 만큼 새로운 디자인프로세스가 많아졌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면 디자인 분야의 폭넓은 확장으로 볼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본다면 저 유튜브 댓글처럼 개념 경계가 무너진 것이다. 디자이너들도 개념 정리가 어렵다면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대학생이나 루키 디자이너들은 어떨까 싶다.
나는 과문하고 게으른 디자이너라서 스스로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애매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선은 나를 위해서 정리해 보는 것이라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다. 어느 부분에서는 객관적이지 않거나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 어느 아무개의 생각이지만 뛰어난 다른 디자이너들의 생각들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조금씩 개념이 명확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디자인프로세스(Design Process).
시작은 이 친숙한 7음절에서 출발한다.
디자인프로세스에 대한 나의 궁금증은 총 3가지였다.
1. 디자인프로세스는 왜 필요할까?
2. 디자인프로세스를 모르면 디자인을 못할까?
3. 디자인프로세스는 디자인방법론과 다를까?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그래서 함께 나누기를 바란다. 그래야 다듬어지고 보완될 것 같다. 특히,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거나 개념이 모호하다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정도는 읽어보기를 권한다.
디자인 전공 학생은 교수님 강의를 듣기 전 디자인프로세스의 전체적인 개념을 잡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루키 디자이너는 본인이 소속된 회사나 조직, 단체 등에서 진행되는 디자인프로세스의 빠른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어딘가에서 나처럼 디자인프로세스에 대해 개념 정리가 필요한 현역 디자이너에게는 조금의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현재 대표적인 디자인방법론으로 급부상한 더블다이아몬드프로세스(Double Diamond Process)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곁들이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디자인은 생물이다. 산업과 사회의 발전과 함께 성장하고 진화한다. 폭풍 같은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은 디자인의 생존 DNA가 특화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디자인 영역이 확장되고 발전되는 것은 언제든 환영이다. 그러나, 그것이 개념의 모호함의 당연한 원인은 되지 못한다.
한번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