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끝없는 고쳐쓰기의 연속이다
브런치에 쓰는 글은 대개 초고다.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무지성으로 적어나간다. 생각을 그대로 글로 옮긴다. 마치, 아이디어 노트에 순간 떠오른 생각을 휘갈기듯이 쓴다. 나름 의식의 흐름에 맞춘다고는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거칠게 말하면 배설하듯이 쏟아낸다. 그러니 대부분 글을 적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후 필요에 의해 그 초고를 볼 때는 항상 공통된 생각이 든다. 조금만 고치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초고는 하나 쓸 수 있는 문장을 찾아보기 힘들다. 표현은 뒤죽박죽이고 했던 말을 또 하고 있다. 지금까지 100개가 넘는 글을 적었지만 글이라기보다는 메모에 가까운 것 같다.
지금도 고쳐쓰기를 한다고 몇 개 써 놓은 글을 다시 찬찬히 보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렇게 써놓고 '발행'버튼을 용감하게 눌렀단 생각에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그 용기는 어디에서 몰려올까.
초고를 쓸 때의 속도는 거침이 없다. 그 속도만큼 다시 고쳐 써야 할 부분은 많아진다. 그러나, 이런 초고습관덕에 고쳐쓸 글감은 쌓이고 있다. 브런치가 아니었으면 대부분은 순간 생각으로 휘발되었을 것이다. 항상,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은 가치 없는 망상에 불과하다. 그중 수십 번을 고쳐 쓰다 보면 한 두 문장은 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다. 결과물에는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거친 시제품 형상을 사포로 갈아내는 심정이다. 디자인 목업을 제작할 때에도 처음은 거친 사포로 문지른다. 차례차례 부드러운 사포로 바꿔가면서 문지르다 보면 가장 마지막은 물을 묻힌 2,000번대 사포로 마무리된다. 그때에는 거칠었던 표면이 유리 비슷한 정도로 매끄러워진다. 원리는 같다.
초고를 다시 보는 것은 참 어렵다. 그러나, 고쳐 쓰는 가이드가 되는 아주 큰 틀이 그 속에 있다. 오늘도 거친 사포를 들고 힘주어 문지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