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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기연 Feb 27. 2024

보기에 좋은 디자인이 쓰기도 좋다

겉 전문가, 디자이너

디자인은 겉만 예쁘게 꾸미는 것이 아니다. 

마치 바이블처럼 회자되는 말이다. 그렇다. 디자인은 겉만 예쁘게 꾸미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겉을 꾸미는 일은 누가 해야 하는가? 물론, 이 말은 겉뿐만 아니라 속도 디자인의 영역이라는 뜻이다. 이른바 디자인의 영역을 겉으로만 한정해서 구분 짓지 말고 속까지 포함시켜서 넓게 보자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겉으로 대표되는 50%의 영역 이외의 나머지 50% 영역을 더해서 100% 다 디자인의 영역이라 선포하는 것이다.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일반 사용자나 대중은 어떨까? 디자인을 하는 내 입장에서도 물건을 구매하는 데는 일단 시각적 외형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겉이 잘 디자인된 제품은 그에 맞게 속에 해당하는 품질이나 기능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여겨진다. 겉과 속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보통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어쩌다 품질이나 기능을 위주로 본다고 하지만, 구매 후에는 두고두고 예쁘지 않은 겉이 마음에 걸린다. 


대중은 디자인의 의미나 영역확장에는 당연히 관심 없다.

전자제품은 애플처럼 세련되기 원하고, 브랜드 역시 겉은 수준급의 그래픽 이미지로 표현되길 바란다. 전자제품의 속은 보증기간을 상회하는 품질과 성능을 기대하고, 서비스 품질 역시 그렇다. 디자인은 일단 겉에 보이는 것이 어쩔 수 없이 먼저 들어온다. 제품이라면 외형, 상징물이라면 그래픽, 포장이나 인테리어 역시 마찬가지다. 그게 이른바 예선이다. 예선을 통과해야 본선을 갈 수 있다. 


디자인이 겉만 예쁘게 꾸미는 것은 아니지만 겉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가 이것이다. 

물론, 속(품질, 성능, 구성 등)은 엉망인데, 겉(외형)만 번지르할 수 있다. 그 차이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이것을 수용하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일정 기준이상의 외형의 세련됨(아름다움, 예쁨, 멋진 등 다양한 표현)은 여전히 아주 중요하다. 자칫 디자이너들의 업무영역을 넓히기 위해 쓰이는 저 문장이 겉으로 드러난 아름다움의 중요성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도 아름다운 디자인은 존재한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겉으로 드러난다. 제품이나 서비스뿐만 아니라 사람도 그러하다. 순서를 따진다면 속이 우선이고 그것이 겉으로 발현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 내면의 완성도를 겉으로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다면, 그런 스킬이 없거나 그런 의도 자체가 불순하게 여겨진다면 디자인 말고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 


디자인은 사용자 중심이다. 

사용자는 겉이 예쁜 디자인을 원한다. 디자이너는 속의 완벽함에는 관여할 수 있어도 책임을 질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속은 클라이언트의 몫이다. 속은 속 전문가가 존재한다. 디자이너는 겉 전문가다. 속 전문가의 입장에서 속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드러내는 겉이 중요하다고 해서 속 전문가가 겉을 만들 수 없다. 그래서, 협업을 하는 것이다.  겉 전문가인 디자이너가 아무리 속의 중요성을 강조하더라도 책임과 역량의 한계가 존재한다. 속 수준이 높지 않다고 해서, 겉 전문가인 디자이너가 일부러 디자인 품질을 떨어뜨릴 것인가? 


자기 영역에서 자기의 일을 해야 한다. 

디자이너는 겉 전문가다. 속으로 구현될 품질에 대해서는 함께 머리를 맞대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정도 수준의 지식과 마인드가 있으면 된다. 속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겉을 필요이상으로 비하할 필요는 없다. 


여전히 제품의 수는 많고, 대중은 짧은 시간 겉을 보고 속까지 함께 판단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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