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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을 보고(노스포)

by 송기연

미키 17을 봤다.

오랜만에 영화관 외출이었다. 영화의 전당 중극장은 이런 영화에 제격이다. 상업광고가 없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기 전까지 불이 켜지지 않는다. 다만, 옆 자리 팝콘 청년은 상당히 거슬렸다. 나도 이전에는 영화를 보면서 자주 팝콘을 먹었는데 문제인지 몰랐다. 팝콘에 들어갔다 입으로 가는 손, 소리가 다 신경 쓰였다. 앞으로는 팝콘을 먹지 않을 테다.


아무튼 미키 17에 대한 사전정보는 전혀 없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옆 사람이 하는 말을 들었다. "이걸 어떻게 쉴드 쳐야 되지?" 신기했다. 동일한 영화를 보고 나서도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구나 싶었다. 다행히 나와 와이프의 의견은 일치했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처럼 영화에 대한 극찬이 이어졌다.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의 의도와 생각이 읽혔다. 물론, 전문적인 영화평론가나 분석가들은 영화 사이사이에 숨어있는 의미와 장면 등을 더 자세히 알려주겠지만 보통 사람이 느끼는 즉시적인 감정도 중요하다.


미키 17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이 사람일 수 있는 것은 사람다운 생각과 행동을 할 때 가능하다. 영화는 이런 기본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감독의 이야기는 배우를 통해 구현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기술적인 제약은 크게 없다. 진검승부의 세계다. 원래 영화는 메시지나 생각을 전달하는 목적이 아니다. 영화를 통해 관객은 공감하거나 공감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담담히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영화의 목적이다. 물론 어떤 영화는 보다 큰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전달이 되고 안되고를 판단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미키 17은 나에게는 잘 와닿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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