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문화의 신선한 경험
OTT의 발전은 영화관을 조금 멀어지게 만들었다.
집에서 원하는 영화를 편하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OTT의 가장 큰 장점이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과 비싸진 티켓 가격도 한몫을 했다. 이제는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대작과 일상에서 즐기는 범작을 나누는 것이 일상이 된듯하다. 이런 변화에 맞춰 영화계도 시대에 맞게 움직이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영화관은 나름의 맛이 있다.
OTT가 아무리 발전해도 영화관의 분위기를 따라잡을 수 없다. 나 역시 최대한 영화관의 느낌을 구현하려는 여러 시도를 했다. 천장에 프로젝트를 붙이고, 별도의 리시버와 스피커도 사용했다. 아파트의 특성상 심야시간대에는 유선 헤드폰으로 소리를 최대한 확장해서 들었다. 거실의 불을 끄는 것은 필수조건. 몇 년 전부터는 거거익선의 정신으로 대형 TV를 벽에 부착했다. 당시에는 큰 편이던 86인치 제품이었는데 제일 마음에 들었던 성능은 딜레이 없는 블루투스 연결이 2개까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 내가 집에서 OTT를 보는 환경은 이렇다.
1. 불을 끈다.
2. 소파를 당겨 TV와의 거리를 좁힌다(너무 좁히면 안 되고 극장 같은 적절한 거리가 있다).
3. 블루투스 이어폰을 세팅해서 마음껏 볼륨을 높인다.
그럼에도 당연히 영화관을 따라잡을 수 없다.
부산에는 영화의 전당이 있다. 여기는 예술영화뿐만 아니라 상업영화도 상영해서 여기를 즐겨 간다. 영화의 전당 중극장은 멀티 플렉스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우선 영화 티켓가격이 싸다. 일반 요금이 8,000원이고, 조조 요금은 5,000원이다. 다른 상영관도 조조 개념이 아직 있는지 모르겠다. 스크린도 크고 사운드도 짱짱하다. 소극장과 중극장 2곳이 있는데, 주로 중극장에서 영화상영을 한다. 여기는 넓은 시설과 품격(?) 있는 분위기가 특징이다. 뭔가 높은 수준의 문화시설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또 하나 멀티플렉스와 다른 점이 2가지 있다.
첫째, 상업광고를 하지 않는다. 영화의 전당에서는 상영 전 상업광고가 없다. 다른 영화 예고편 정도가 전부다. 그러다 보니 영화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영화가 끝난 후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동안 불이 켜지지 않는다. 영화는 본편도 좋지만, 끝난 뒤 여운도 중요하다. 마블 시리즈는 엔딩 크레디트 후에 쿠키 영상때문이라도 끝까지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름 좋은 전략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영화의 전당에서는 최종 엔딩 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가기 전에는 불이 켜지지 않으며, 일어나서 나가는 사람도 없다. 대단히 성숙한 문화현상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시설 수준도 높으니 영화의 전당을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수준 높은 문화는 만들어가는 것이다.
영화의 전당은 그 제목대로 영화를 위한 전당이다. 독립 예술 영화든 상업 영화든 영화와 관련된 행사나 아카데미 등 영화를 중심에 두는 다양한 문화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주말에는 어쨌든 영화를 한 두 편은 꼭 본다. 주로 OTT지만 그래도 좋다. 영화나 드라마는 삶에서 조금은 떨어진 곳에서 즐기는 판타지다. 그 행위를 통해 우리는 위안받고 즐거워도 하며 슬퍼하고 공감하기도 한다.
문화에는 높고 낮음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화를 조금 더 깊이 즐기고 음미하는 데는 조금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영화의 전당 엔딩 크레디트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혹시 부산분들은 센텀에 위치한 부산 영화의 전당 중극장을 한 번 방문해 보시기를 추천한다. 문화의 힘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나는 그 중심에 항상 영화를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