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을 은유(메타포)로 연결하기
브런치에 매일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글솜씨를 늘리기 위한 가장 검증된 방법이 매일 글을 쓰는 것이다. 글뿐만 아니라 뭔가 잘하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큰 무기 아니겠는가. 나는 주로 디자인에 대한 글을 쓴다. 그 외 소소한 일상 속 생각, 영화나 드라마를 본 뒤 감정을 적기도 한다. 매일 책을 조금씩 읽고, 글을 쓰는 습관은 나를 성장시켜 줄 것이라 확신한다.
그래서 글감을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글감은 생각나기도 하고 발견되기도 한다. 책을 보다가,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지인과 얘기하다가 좋은 글감이 눈에 뜨인다. 컴퓨터 앞이라면 얼른 브런치에 저장한다. 간단한 제목을 적고 떠오른 몇 가지 생각을 개조식으로 적기만 하면 끝이다. 외부에 있다면 스마트폰의 메모장이나 카카오톡 내게 쓴 메시지로 보내놓는다. 이 저장소는 빈곤한 글쓰기 생활 중에 한 번씩 요긴하게 꺼내 먹을 수 있는 저장고 역할을 한다. 나의 글쓰기 멘토인 변대원 작가께서 준 팁이다.
그날의 글감이 정해지면 글을 적어나가는 방식이다.
어제는 낮에 1시간 정도 여유가 생겼다. 이런 때는 짧은 글을 쓰는 것이 제격이다. 내 가방 속에는 항상 로지텍 K-380 무선키보드가 출동 대기 중이다. 스마트폰과 키보드만 있으면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다. 어제 썼던 브런치 글감의 발견은 즉흥적이었다. 커피점에서 음료를 하나 시키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뒤 키보드를 꺼냈다. 뭘 쓸까 생각하다 눈에 들어온 것이 음료에 꽂혀있던 노란 빨대, 귀에 꽂혀있던 하얀 유선 이어폰이었다.
디자인에는 은유(메타포)적 발상법이라는 것이 있다.
연관 없는 두 가지 이상의 개념을 억지로 연결시켜 보는 것이다. 노란 빨대와 하얀 유선 이어폰이라면 이 둘을 통해 떠오르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생각한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즉흥적으로 든 생각은 '연결'이었다. 이어폰도 스마트폰과 나를 연결해 주고, 빨대도 음료와 나를 연결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방식은 디자인 아이디에이션에서는 흔하게 사용된다. 때로는 뜬금없는 생각들이 독특한 실용적 아이디어로 발전하기도 한다. 평소 이런 훈련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억지로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렇게 정해진 주제와 관련된 글의 구성을 생각한다.
유선 이어폰은 자연스럽게 무선 이어폰을 떠오르게 한다. 이어폰으로 대표되는 기술발전에 따른 현상과 사회변화도 함께 생각할 수 있다. 또한 근래 MZ세대들이 아날로그 방식을 선택하는 유니크함도 이야깃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빨대는 또 어떤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존재지만, 도구로서의 기능은 빨대와 비슷한 어떤 것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독보적이다. 이렇게 대상을 바라보는 공통점과 차이점들은 사람 사는 얘기로 이어질 수 있다. 결론으로 달려가기 위함이다. 둘 사이의 기능을 인간관계, 사회현상으로 확대하면 기본적인 글감은 확보된다. 지금 작성하는 글도 동일한 방식이다.
글은 고쳐 쓰는 것이 중요하다.
글을 다듬는 경험을 통해 여러 가지 장점을 경험한다. 특히 본인이 쓴 글을 다시 읽고 내용을 정리하면 머릿속에는 글의 구조가 잡히고 문맥이 정리된다. 하고 싶은 말이나 생각의 강약이 미세하게 조정되고,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을 매일 반복하면 조금씩 글솜씨가 나아진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는 속도 역시 빨라진다. 기분 좋은 자기 만족감이다.
즉흥 글쓰기는 아이디어 스케치 같다.
한 줄 한 줄을 완벽하게 쓰기보다는 우선 생각을 쏟아내야 한다. 아이디어 발상과정에서 나오는 거친 생각은 좋은 글의 소재가 된다. 그걸 모두 쏟아내면 생각의 발전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물론 본인눈에 가장 잘 보인다. 그런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글이 정리되고 생각이 만들어진다. 글쓰기나 디자인이나 마찬가지다. 둘 다 사고의 확산과 수렴을 반복하는 동일한 프로세스를 가진다.
그래서 오늘도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