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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이어폰과 빨대

은근히 닮은 두 존재

by 송기연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행위는 자연스럽다.

너도 나도 조그만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다닌다. 어떤 이들은 커다란 헤드폰을 쓰고 다니기도 한다. 블루투스 통신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세상이 발전할수록 보다 개인적인 세상이 많아지는 느낌이다. 그 중심에 스마트폰이 있음은 물론이다. 나만 듣는 음악을 위해서는 이어폰이나 헤드폰이 필수다. 스마트폰 같은 디바이스를 떠난 음악은 이어폰을 통해 내 귀에 와서 꽂힌다.


이어폰의 발명은 참 의미 있다.

여럿이 함께 듣는 음악도 좋지만, 혼자 오롯이 듣는 음악의 맛도 매력적이다. 한쪽 음만 들리던 모노에서 양쪽으로 음을 배분해 주던 스트레오 사운드는 음악의 맛을 한껏 키웠다. 점점 개인화되는 세상에서는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상콘텐츠에서 사운드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보다 성능 좋은 이어폰의 등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이어폰도 유선의 시대에서 무선의 기술을 만나 진화했다.

애플의 에어팟은 처음 출시할 때의 우려를 보란 듯이 종식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선 이어폰은 업계의 표준이자 기준이 되었다. 급속한 기술의 발전은 다양한 스펙의 무선 이어폰을 출시하게 만들었다. 선택의 폭은 저렴한 가성비 제품, 하이엔드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다 요즘은 오히려 유선 이어폰을 쓰는 사람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너도나도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시대에 오히려 아날로그 감성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배터리 걱정도 없고, 음악의 딜레이 현상도, 간혹 생기는 연결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다. 모두가 무선인 세상에서 유선제품 사용자는 그 자체가 킥이다.


지금 글은 학교 커피점에서 쓰고 있다.

내 옆에는 달콤한 캐러멜 마키아토가 놓여있다. 글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빨대로 달콤한 음료를 마신다. 평소에는 별생각 없었지만 유선 이어폰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빨대가 눈에 들어온다. 사실 빨대의 역할은 지대한 것이 아닌가. 모든 차가운 음료를 교양 있게 마실 수 있게 도와준다. 빨대가 없었다면 얼음이 가득한 캐러멜 마키아토를 통째로 들고 벌컥거려야 했을 것이다.


직배송, 다이렉트등이 기본인 시대에도 중간 역할은 늘 있다.

음료와 입을 연결하는 빨대는, 음악과 귀를 연결해 주는 이어폰과 같은 중간 역할을 한다. 둘 사이를 연결해 주는 역할은 상황에 따라 사소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첨단기술도 이어폰과 빨대를 없애지 못했다. 언젠가 이어폰 자체를 머릿속에 박아 넣을 때가 온다면 모르겠지만 그때에도 빨대는 살아남을 것 같다. 한 번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 빨대를 스테인리스와 종이가 대체하고 있지마느 무선 이어폰이 유선으로 다시 주목받듯이 빨대에 대해서도 다시 고민해 봐야겠다. 그러고 보니 수저, 젓가락, 포크 등 2선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수행하는 많은 오브제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세상은 여러 가지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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