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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이고 싶다

by 송기연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자기가 속한 사회 속에서 타인의 평판은 소중했다. 믿음을 주는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지 못하면, 아마 사냥정보, 채집방법 등을 함께 공유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는 안심하고 곁에서 잠을 자지도 못했을 것 같다. 이런 DNA는 현재로도 이어진다.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의 오래전 조상들은 오직 생존을 위한 타인의 평판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더 복잡한 이유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쓴다. SNS를 통해 보이는 지인들은 모두 행복에 겨워하는 표정을 짓고, 한없는 여유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작은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게 업로드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나도 그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방황하던 20대, 정신없던 30대와 애매하게 어디에도 확실하게 속하지 못했던 40대를 넘어 50대도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제 나는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나 스스로가 생각하는 방향과 목표가 생겼다. 내가 스스로 생각한 퍼소나(Persona)가 생겼다.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닌. 내가 설정한 모습의 나.


나는 멋지게 나이 들고 싶다.

이제 인생의 후반전에 들어가면서, 얼굴에 책임을 지고 싶다. 멋지게 나이 드는 삶은 아마 얼굴에서, 말투에서, 행동에서 나도 모르게 드러날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인지 잘 알고 있다. 주위를 살펴보면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의 사례는 너무 쉽게 찾을 수 있다. 자칫 긴장을 늦춘다면, 자칫 게을러진다면 쉽사리 그들과의 분별력은 사라질 것이다. 멋진 사람. 이 말은 많은 함의를 품고 있다. 쉽지 않겠지만 어른으로 보기 좋게 나이 들어가려면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내 모습에 대한 책임을 전가할 대상을 찾으면 안 된다. 실천적 항목부터 살펴보자.

우선을 잘 씻어야 한다.

남자는 호르몬 영향으로 여자에 비해 몸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기 쉽다. 2002년에 끊은 담배는 신의 한 수다. 잘 씻고, 자주 씻고, 몸을 청결히 하면 마음도 따라 깨끗해진다. 냄새 관리는 중년남성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여기에 더해, 날로 떨어지는 몸의 효율을 유지하기 위한 꾸준한 운동도 필수다. 인터벌 운동을 3년째 하고 있는데, 이것도 개인적으로는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과하지 않은 향수나 화장품을 함께 곁들인다면, 몸 관리는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겉 못지않게 속 관리도 중요하다.

지금 하고 있는 읽기와 쓰기 역시 굿 초이스다. 효율을 젊을 때와 비교해서 떨어지겠지만, 현재 선택가능한 경우의 수 중에서는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한다. 힘들고 어색하겠지만 생각도 여유롭게 하려고 한다. 이는 자연스러운 배려있는 어른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런 모든 일은 개인의 노력에 따라 실현가능하다. 반대로 말하자면 조금만 방심한다면 기껏 쌓아 올린 작은 노력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것이다.


우리는 광활한 우주 속에서 창백한 푸른 점 크기의 지구에 살고 있다.

억겁의 시간의 관점에서 우리의 삶은 찰나에도 비교하기 어렵다. 어차피 무(無)로 돌아가는 것이 뻔한 자연의 이치다. 혹시 신이 있어서, 내 인생을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해보자. 좋고 현명한 삶을 사는 것과 나쁘고 어리석은 삶을 사는 것.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그 선택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지난 시간은 어쩔 수 없으나, 앞으로 다가올 시간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 실천은 지금 숨 쉬고 있는 현재다. 인생의 최종시점이 다가왔을 때 지나온 인생을 반추해 본다면, 그럴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이 되어야 하는지는 알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삶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어느 정도 알듯하다.


나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젊을 때에는 이리저리 중심을 잡지 못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읽고 쓰기를 했던, 디자이너로서 통찰력을 가지고 자기 일을 사랑했던,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훌륭한 사람까지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가진 것에 감사하고, 가진 능력으로 필요한 곳에서 뛰어난 센스를 발휘하며, 끝까지 매력적인 디자이너가 되려고 노력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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