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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삭 속았수다 1화를 보고(노스포)

궁금하고 기대된다.

by 송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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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드라마처럼 이야기 템포를 조절해 가는 방식도 좋아한다. 영화는 정해진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채워 넣는 방식이라면, 드라마는 시간 조절을 해가면서 이야기를 남김없이 해주는 느낌이다. 요즘은 책 보는 시간도 늘고 몇몇 바쁜 일을 핑계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지 못했다. 내가 좋아하거나 기대되는 영화나 드라마 소식은 항상 주머니 속에 잘 모아두었다. 극장에서 본 미키 17이 가장 최신작이었다.


영화 못지않게 소설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영화를 너무 재밌게 보고 난 후 소설로 다시 읽었다. 소설의 페이지마다 이어지는 세밀한 심리묘사에 감탄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반대로 소설을 먼저 보고 나중에 영화를 봤다. 소설의 미묘한 감정과 장면의 다이내믹한 묘사를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봤다. 애니메이션이지만 실사 영화 못지않은 감탄사가 이어졌다. 거기에 인류애에 기반한 사회적 메시지도 좋았다. 영화나 소설, 어떤 방식이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과 역량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 때 드라마는 영화보다 못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생각은 2개의 드라마를 본 후 크게 바뀌었다. '눈이 부시게'와 '미스터 선샤인'이 그것이다. 드라마가 주는 울림이 이렇게 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중파에서 OTT로 플랫폼이 확장되면서 K-드라마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시대를 살고 있다.




'폭삭 속았수다'는 3번째 인생 드라마가 될 조짐이다.

총 16화 중에서 이제 첫 화를 봤을 뿐이지만 그런 느낌이 든다. 엊그제 넷플릭스 프리미엄을 결제한 후 선택한 첫 드라마다. 시중의 평가보다 내 감정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1화의 들숨과 날숨을 함께 호흡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저절로 몸에 힘이 들어갔다 풀렸다. 등장인물의 대사와 행동, 배경과 소품, 음악과 효과음, 미술과 그래픽 등이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 이제 이야기의 출발선이지만 드라마의 흡인력은 대단했다. 탄탄한 연기력의 배우들은 다큐멘터리 속 인물처럼 보였다. 배우 엄혜란 씨의 연기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나는 가장 좋은 위치에서 그들의 삶을 빠르게 본다. 인물들의 대사는 귀에 와서 쏙쏙 박힌다. 물론, 제주 방언은 자막을 켜 둔 덕분에 읽는 정도는 가능했다.


나이가 들면 감성적으로 변한다고 한다.

남자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은 조만간 K-드라마로 바뀔 듯싶다. 드라마는 이제 첫 화를 봤지만, 아마 주말을 정주행으로 반납하지 싶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먹는 데 흐름이 끊기면 안 된다"라고 한다.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드라마는 회가 끝날 때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다음 회차를 클릭하지 않는가. 주연을 맡은 매력적인 두 배우의 호흡도 기대되고, 어찌 보면 흔하디 흔한 부모님 세대의 공통분모 같은 이야기가 솜씨 좋은 이야기꾼을 만나 어떻게 전개될지도 궁금하다. 마지막 화를 보고 난 뒤, 다시 브런치글을 쓰게 될까 아닐까 하는 것도 궁금하다.



요즘은 세상에 궁금한 것투성이다. 봄과 함께 회춘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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