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누군가의 악연이었을까?
시리즈 속 악연은 아주 극단적이다.
모든 인간관계가 이렇게나 꼬일 수 있을까? 하지만 얼마든지 현실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익히 알 수 있다. 가족, 친구, 연인, 동료 등 모든 인간관계의 일상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서 극으로 만들어냈다.
편집의 힘은 대단하다.
잘 구성된 편집은 극의 긴장감도 일으키고, 이야기의 가이드 역할도 수행한다. 흐름을 놓쳤다 싶으면 어느 사이 나타나서 친절하게 지나온 길과 지나갈 길을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편집은 자칫 이야기가 산만해질 수 있는 선을 요령껏 넘지 않고 적절한 수준의 극적 배경을 설명해 준다.
시리즈 속 악연은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현실 속 악연은 어떻게 될까? 끊을 수 없는 악연이라면 거리를 두는 것이 상책이다. 연락처를 차단해 버리면 가장 시원하겠지만 일상적인 현실의 상황에서는 그리 쉽지 않은 방책이다. 적극적인 대응으로 악연을 대하면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학교, 회사 등 사람이 모인 모든 곳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인연이 생긴다. 선연과 악연을 이분법적 사고로만 구분하면 삶이 선명한 대신 피곤해질 가능성이 크다. 모든 악연의 출발은 사람에서 출발한다. 잘못된 행동에는 처벌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그 정도 위법이나 불법적 상황이 아니라면 그게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시리즈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모든 인연의 첫 시작을 내가 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선연은 아니라도 악연이 되지 말아야 한다. 악연의 크기는 상대적이다. 나와 타인이 보는 우리 악연의 크기는 절대 동일하지 않다. 그래서 더욱 주위를 살펴야 한다. 적어도 우리는 그 첫 시작 수준을 정할 수 있다. 잘 모르는 단어인 선연이 될지, 아니면 강하고 인상적이며 잘 알려진 악연이 될지.
정하자, 악연인가? 선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