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Common People)
블랙미러 시즌 7이 시작됐다.
영드 블랙미러 시리즈는 기술이 발전한 가까운 미래에 펼쳐지는 디스토피아에 가까운 이야기다. 시즌별로 매회 독립된 에피소드로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시즌 7의 첫 에피소드 제목은 '보통 사람들(Common People)'이다. 보통의 한 부부 이야기다. 설정은 가까운 미래라고 하지만 곧 우리의 현실이 될법한 이야기다.
보통 사람들은 당연히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부부다.
이들은 어려운 살림에도 행복한 삶을 살려고 한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그렇듯 항상 크고 작은 일들이 생긴다. 드라마 속 세상도 현재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늘지 않는 급여, 불안정한 일자리, 발전하는 기술은 삶을 엇박자 나게 만든다. 기업은 매달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자연스럽게 구독경제라는 형식을 통해 우리의 지갑을 정기적으로 털어간다. 휴대폰, OTT, 각종 회원제 서비스들이 그것이다.
눈부신 과학의 발전은 생명연장을 꿈을 현실로 만든다.
예상 못한 사고가 발생해도 과학기술로 목숨을 연장해 나간다. 처음에는 부담 없이 무료수술을 받지만 이내 고정적인 추가 지출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당신은 죽을 수 있던 삶을 연장해 준다면 매달 얼마를 낼 수 있는가?
이런 설정을 구독경제의 과잉과 연계해서 맛깔나게 풀어낸다.
이야기는 약 한 시간 정도의 길이지만 내용을 전달하는 데는 충분하다. 시즌 7의 첫 에피소드는 우리에게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인간다운 삶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자본주의가 바라보는 인간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생산 측면에서는 인간도 하나의 생산 도구에 불과하다. 한 명의 인원이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생산할 수 있는 생산량을 맨 아워(Man-hour)라는 단위로 부른다. 에피소드 속에서 인간은 기업이 추구하는 하나의 수익모델에 불과하다. 인간의 존엄성보다는 기업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
구독경제의 미래가 이럴지도 모른다.
미래는 모르는 일이지만 결국 이야기 속 부부같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인공지능 기술은 갈수록 발전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인간의 존엄성을 버리고 하나의 도구가 될지 모른다. 아니 지금도 충분히 그런 식으로 우리의 존재는 활용되고 있지 않은가? 넷플릭스, OTT, AI, 오픈마켓 등 초거대 기업의 발전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누군가의 도구로서 살아가는 삶보다는 존엄성을 택한 이야기의 주인공 부부처럼 우리의 미래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블랙미러 시즌 7, 첫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