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약-중강-약, 리듬을 타자
최선을 다하는 태도는 물론 좋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자원은 한정적이기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한정적 자원에는 시간, 체력, 금전, 마음 등 모든 것이 해당된다. 만약 요령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들린다면 방법론이라고 하겠다. 뭐가 됐든 적절한 방법론은 필요하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마음속 강박 때문에 그런 태도를 가진다면 삶이 너무 힘들어질 것이다.
산업디자인학과 학생들의 사례를 보자.
이 전공 학생들의 수면시간은 기이할 정도로 적다. 수업을 들어가서 조는 학생에게 물어보면 보통 수면시간이 3시간 정도다. 아무리 젊어도 이건 몸이 버텨낼 수 없는 수준이다. 도대체 과제가 얼마나 많기에 그렇다는 말인가?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해야 하는 과제의 양은 그 정도 수준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마음에 들 때까지 과제를 수정하다 보니 잠잘 시간이 늘 부족하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과제는 최선을 다해 제작하는 것이 맞지만 그건 비효율적이다. 하루는 24시간, 86,400초로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주어졌다. 성실과 우직함이 성공의 비결로 통하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선택과 집중전략을 선택한 사람은 조금 더 효율적인 성공을 했을 것이다.
과제 얘기를 조금 더 해보겠다.
대학생들은 과제를 위해 주당 최소 5시간, 한 학기당 여러 수업을 들을 때는 주당 15~20시간을 과제에 투자한다고 한다. 그 시간이 오롯이 과제에 집중되는지는 알 수 없다. 산업디자인학과의 과제는 보통 한 한기 내내 진행하면서 마지막에 완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매주 제출하는 과제는 리포트 형식이 많다. 완성의 수준과 과제의 내용, 품질을 명확하게 가이드해 놓는다면 진행이 빠를 수 있다. 또한, 순수하게 과제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조성도 중요하다. 오래 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짧은 시간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자세가 필요하다. 번아웃이 오는 것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선택과 집중은 부정적 성격의 '요령'이나 '꾀'가 아니다.
보다 좋은 결과를 위한 효과적인 자원 배분이다. 정말 중요한 것과 조금은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이나 과제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도 그렇다. 정작 상대는 잊어버린 사소한 대화나 관계 하나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은 정작 삶에서 중요한 것에 투자할 마음과 시간의 여유도 날려버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어떤 일은 적당한 수준으로 마무리해도 되는 것이 있다. 아니 의외로 많다. 반면 어떤 일은 정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것도 있다. 모든 사안에는 강약이 존재한다. 강-약-중강-약 리듬은 음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삶에는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너무 많다.
라면은 한 번쯤 한강이 돼도 괜찮다. 어떤 과제는 완성 정도만 해도 된다. 종합 평가는 마지막에 있다. 또 어떤 약속은 양해를 구하고 다음으로 미뤄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인생은 어차피 단과 종목마다 내려지는 평가가 아닌 전체 평가다. '해야 할 일'과 '잘하고 싶은 일',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일' 등을 구분해 보자. 그러지 않으면 정작 정말 잘하고 싶고 잘해야 하는 일이 생겨도 다른 데 에너지를 다 써버려서, 시도조차 못할 수 있다. 이런 일은 생기지 말아야 한다.
나 역시 완벽주의자였다.
모든 일은 내가 퍼펙트하게 마무리해야 마음이 편했다. 대부분 디자인하는 사람들이 겪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넉넉해진 삶으로 바뀌었다. 요즘은 나의 시간과 에너지는 물론이고 총합도 조금씩 줄어드는 기분이다. 정말 중요한 순간에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으니 한결 편안해졌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인생은 충분히 괜찮다. 모든 종목에서 무조건 A+ 만점만 받을 수는 없다. 낙제가 되면 문제겠지만 B+ 정도의 삶도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점수로는 평가할 수 없는 중요한 것들이 인생에는 차고 넘친다. 게다가 중요한 일이 언제 나에게 닥칠지 모른다. 마침 집중하고 싶은 새로운 관심사가 생겼다. 꾸준한 운동과 줄지 않는 호기심 덕분에 작은 에너지를 여기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 않은가? 세상에는 집중해야 할 재미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에너지를 잘 비축해 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