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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ed by 셀럽?

응당마땅고도리

by 송기연

디자인은 나름(?) 전문영역이다.

다른 일을 하다가 디자인직으로 이직하기 어렵고,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해볼 수 있는 문화센터의 취미영역 직업이 아니라는 말이다. 오랜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전문직종중 하나다.


모든 인간 행위는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중요성이 달라진다.

디자인의 목적이 상품 매출실적에 있다면 디자인은 판매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지만 뭐 그럴 수도 있다. 가치가 높은 매출에 있다면 디자인이 아니라 디자인 할배라도 가져다 쓸 판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니까 존중한다. 문제는 이렇게 매출이나 실적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을 때 디자인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수단으로써의 디자인은 겉포장과 자극적인 장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디자인 자체가 목적이 되는 디자인 공모전도 있지 않은가. 디자인의 활용범위는 참 다양하다.


사실 이해는 간다.

이 냉철하고 무서운 자본주의 경쟁시장에서 디자인의 의미만을 강조하는 것도 겸연쩍다. 그래서 판매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서인지, 유독 '디자인'이라는 행위주체에 셀럽이름이 많이 보인다. "ㅇㅇ가 디자인한 ㅇㅇ 출시"라는 제목의 뉴스기사는 차라리 광고 카피에 가깝다. 근래 어려운 경제여건도 기업의 조급증을 부추긴 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가수 ㅇㅇㅇ가 디자인한 화장품, 배우 ㅇㅇㅇ가 디자인한 패션 아이템, 굿즈, 주류 등 의외로 많은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가수 김창렬 씨의 이름으로 만든 밈과 배우 김혜자 씨의 이름이 붙은 편의점 도시락 상품이 실제로 나왔을 때는 차마 웃을 수 없었다. 장난기 하나 없이 진지하게 디자인을 주도했다는 셀럽의 사례는 너무 많다.


일반 대중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볼까.

디자이너로서 이런 현상은 맥 빠지는 게 사실이다. 물론, 특정 셀럽의 디자인 감각이나 안목은 훨씬 뛰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디자인 능력'이나 '디자인 행위'라고 부를 수 없다. 셀럽이 직접 컬러를 선택하고, 기획에 도움을 줬으며 최종 판단을 주도적으로 진행했다고 해서 그 행위들을 '디자인'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디자인은 겉으로 보는 화려함 이면에 많은 업무가 존재한다.

또한, 디자이너라는 직책의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짧게는 대학 4년, 길게는 초등학교부터 조형과 미술훈련을 거쳐야 한다.


당연히 셀럽의 유명세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셀럽의 취향과 안목에 의한 선택과 참여행위 정도 수준이 디자인의 전부가 아니다. 협업이나 참여만 해도도 디자인 과정에 충분히 큰 도움이 된다. 협업 파트너로서의 셀럽은 얼마든지 환영이지만 모든 디자인을 주도적으로 진행했다는 것에는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디자이너도 자신의 결과물이 상업적으로도 성공하길 바란다. 그 과정에서 셀럽이 참여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도움을 넘어 주도적으로 디자인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른 방식의 표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designed by.

한국에서는 디자이너가 이 표현을 쓰기 어렵다. 이 말에는 모든 책임이 따른다. 디자인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상업적, 도덕적 모든 평가를 받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언젠가는 본인의 이름을 꼭 넣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표현이다. 여기에 셀럽들의 이름이 어렵지 않게 들어간다는 것은 평생을 디자인해 온 사람의 입장에서는 허탈한 일이다.


셀럽들도 본인의 분야에서는 힘들게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다른 전문 직종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설사 소속사나 주위에서 그런 방식의 홍보를 제안한다고 해도, 스스로 '협업'이나 '영감을 나눈'정도로 바꾸자는 사례가 나오면 좋겠다. 보통은 유명한 셀럽들이 대상이니 어느 정도 본인 생각을 제안할 수는 있을 것이다.


셀럽의 입장에서는 참여했던 디자인 과정이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디자인 현장에서는 진행되는 전체 과정에서 극히 일부일 수 있다. 디자인을 존중한다고 해서 셀럽들의 뛰어난 감각이나 안목이 낮게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성숙한 인격체로 대중에게 인식될 것이다. "ㅇㅇ가 디자인한 ㅇㅇㅇ "에서 "ㅇㅇ가 디자인에 참여한 ㅇㅇㅇ"이라고 해도 충분하다. 마침 지금은 저작권 홍보 기간이다. 창작물에 대한 권리는 당연히 디자인에도 존재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진행하는 디자인도, 야전에서 지휘하는 리더는 '디자이너'가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게, 응당마땅 고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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