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다 다쓰루의 진심(眞心)
글과 디자인은 은근히 닮은 구석이 있다.
둘 다 행위의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글의 대상은 독자, 디자인의 대상은 수용자라 할 수 있다. 독자는 저자가 쓴 글을 읽고, 수용자는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제품을 사용한다. 이 관계를 상업적으로 본다면 둘 다 고객이지만, 행위의 대상으로만 보자.
디자인은 항상 사람을 생각한다.
누가 어떤 필요에 의해 디자인을 선택하고 사용하고 만족할지를 고민한다. 그렇게 훈련받아왔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수용의 주체가 될 사람은 그냥 목적이었을 수 있다. 사용자의 감정과 경험을 생각한다고 하지만 그들이 디자인을 통해 받을 실질적 편익을 깊게 생각해 본 적 있는가? 글을 통해 디자인을 톺아보자.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는 글쓰기 선생인 변대원 작가가 추천한 책이다.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內田樹)가 쓴 책인데, 글 쓰는 사람은 필독할 가치가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온라인 책 쓰기 강의 중 여러 번에 걸쳐 이 책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말했다. 어떤 종류의 글을 쓰던 기본 자와 태도를 되짚어 보게 해 줄 것이라 했다. 책이 배송되고 아직 1/10 정도밖에 읽지 못했다. 하지만 책의 전반부에 나오는 글에 대한 저자의 관점은 디자인과 흡사했다.
살아남는 글이 목적은 아니다.
하지만 살아남는 글에는 저자의 간절한 마음이 있을 것이다. 책의 나머지 부분도 그 관점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라 짐작한다. 내가 글을 쓸 때 내 의도와는 다르게 나를 위한 일기를 쓰고 있었던 것 같다. 일기의 독자는 나 자신이다. 누군가에게 가서 닿을만한 글을 적는다는 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진심의 문제고 그것은 글을 읽는 독자에게는 읽힐 것이다. 이 단순한 진리는 의외로 쉽게 종종 잊힌다.
디자인도 글과 마찬가지다.
사람에게 가서 닿을 때 진심이 느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단순한 대상으로, 프로세스의 한 단계로만 디자인의 수용자인 사람을 대하지 않았나 반성한다. 그 사람의 마음을 좀 더 헤아리고 진심을 담은 디자인이 필요하다. 글과 디자인은 닮았다. 저자와 디자이너 역시 생각을 표현하는 직업이다. 둘 다 결과는 아름답고 좋아 보여도 과정은 녹록한 것이 아니다. AI가 글쓰기와 디자인을 대신하지만 거기에는 영혼이 없다. 글에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야 하듯, 디자인에도 디자이너의 진심이 담겨야 한다. 저자와는 달리, 하나의 디자인이 완성되는 과정에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관여된다. 그래서 어쩌면 글보다 디자인에 더욱 큰 진심이 담겨야 한다.
글이 살아남듯 디자인도 살아남기를 원한다.
좋은 디자인은 유행에 따르는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다. 위대하 예술은 기한이 없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좋은 디자인을 만드려고 하면 디자인에 진심을 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 방법이 반드시 디자인에만 있으란 법은 없다. 글쓰기에서, 다른 영역에도 존재할 수 있다. 지금은 책을 통해, 글을 통해 디자인에 적용할만한 다른 생각을 읽어보고자 한다.
살아남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