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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계 공적 마인드에 대하여

무대는 언제든지 열려있다

by 송기연

성인이 되면 대부분 직업을 갖는다.

직업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또 어떤 것은 뛰어난 소명의식이 요구된다. 정치인, 공무원, 교직, 의료직, 종교인 등의 직업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돈만 봐서는 못할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는 '님'이라는 존칭표현이 자연스럽게 붙는다. 그렇다고 보통의 직업을 가진 사람은 무조건 돈을 좇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름의 직업의식을 가지고 사회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오늘은 그중에서 공무원(Public Servant)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공무원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안한 경제상황에서 안정적인 직업 특수성은 매력적인 요소다. 특히 하위직급의 공무원은 상대적으로 박봉임에도 직업안정성이 중요한 선택이유가 된다. 공무원은 공적 업무를 하는 사람이기에 누구보다도 더 공적 마인드가 요구된다. 내가 생각하는 공적 마인드는 공적 업무의 대상에 대한 섬김과 배려의 자세다. 물론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이상한 마인드와 미친 행동을 일삼는 사람이 공존하고 있다. 악성민원, 부정청탁, 갑질 등을 일삼는 사람들은 그에 합당한 대응이 당연히 필요하다.



디자인계 역시 공무원이 존재한다.

행정기관의 일부 기능직 공무원이나 출자 출연기관의 전문 디자인진흥기관이 그것이다. 이들은 디자인계 지원을 위한 정책, 행정 일체를 담당한다. 이들도 공적 위치에서 행정을 지원하기에 공적 마인드가 요구된다. 물론 100% 공무원이 아닌 경우가 많지만, 일반 사기업과는 설립목적이 다르기에 공무라고 통칭하겠다.


디자인 공무원의 존재이유는 디자인계 지원이다.

특히 산업계 지원과 진흥을 위한 활동이 가장 우선이다. 우리가 보통 산학연관이라고 말할 때, 산업계가 맨 앞에 오는 이유는 중요성과 규모 때문일 것이다. 학계나 교육계는 학회와 대학에서 지원 역할을 수행한다. 일부 연구계도 포함된다. 산업계가 활성화되면 경제에 도움이 되며, 일자리도 늘어나며 이는 다시 교육과 연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가진다. 산업계 지원을 위해 공적 세금이 투입되는 이유다. 이들은 디자인산업계 지원을 위한 전문가 집단이다. 다양한 정책과 행정을 위한 전문가들이 모인 곳이다. 디자이너와 디자인행정가는 완전히 다른 분야다. 처음부터 행정가로 시작하기도 하지만, 산업계나 학회, 연구를 하다 행정직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진흥기관의 다양한 인재풀은 그만큼 다양한 정책과 지원을 위한 좋은 자원이 된다. 대한축구협회에도 전문 축구행정가, 축구선수 출신 행정가, 그리고 각종 지원을 위한 다양한 배경의 인원들이 모인 곳이듯 디자인계도 마찬가지다.


필드 플레이어가 아닌 행정가에게는 공적 마인드가 요구된다.

왜냐하면 그들의 모든 행위 하나하나가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적 마인드에 대한 내 기준은 확고하다. 반 발자국 뒤에서 산업계를 지원하는 키다리 아저씨가 되는 것이다. 산업계를 위해, 기업을 위해, 개별 디자이너를 위하는 정책과 행정에 존재 이유가 있다.


가끔 주위를 보면 돋보이고 싶어 하는 성향의 디자이너를 볼 수 있다.

그런 성향이 디자인 업무를 하는 데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행정가는 그러면 안 된다. 행정가 본인이 디자인을 전공했든, 관련 학위가 있든, 교수 출신이든, 현재 위치가 디자인 행정가일 때에는 해당 직무에만 충실해야 한다. 돋보이는 일, 빛 나는 자리는 산업계와 개별 디자이너의 몫이 되어야 하고, 본인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정책평가나 심사가 있다면 당연히 그건 별개의 문제다)


화려한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 뒤에는 묵묵히 지원을 하는 스탭이 있다.

그리고 그런 공연 자체가 성사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행정가는 공연장 밖에 있다. 스텝이나 행정가는 무대를 오르지 않는다. 무대는 그들의 몫이 아니다. 정 무대를 원한다면 지금 자리에서 벗어나서 공연을 위한 오디션부터 봐야 한다.


백범 김구 선생은 '돈을 위해 일하면 직업이고, 돈과 상관없이 일하면 소명이다'라고 했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디자인 전공자라고 모두 디자이너가 될 필요는 없다. 디자인을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직업이 존재한다. 단, 그 위치가 공적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다시 말하지만 공적 마인드가 없는 사람은 행정이나 진흥기관에 있으면 안 된다. 철저히 자기보다 상대를 위한 마인드가 필요하다. 어디에 서 있을지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디자인계는 개성 넘치는 다양한 인재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이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디자인 강국, 디자인이 우대받는 사회가 될 것이다. 산업계는 정글처럼 약육강식의 논리로, 지금도 누군가는 도태되고 또 새로 생겨나는 중이다. 행정계 역시 디자인이라는 특정 산업분야를 지원하고 진흥을 도모하는 소명을 가지고 섬기는 자세로 거듭나야 한다. 상투적 표현이지만,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때 디자인계는 발전한다. 혹시 무대가 그리운 디자인 행정가들이 있다면, 이렇게 권해본다. 남의 떡이 커 보일 수 있겠지만, 산업계가 볼 때는 디자인 행정도 커 보인다.


무대는 모든 것을 벗어던져야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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