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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아줌마가 작아지는 비밀

작아지면 비로소 보이는 세계

by 송기연

예전 애니메이션 속 호호아줌마는 갑자기 작아졌다.

이유도 모르고 조건도 없이 갑자기 작아졌다가 일정시간이 지나면 다시 커졌다. 10분 정도의 짧은 러닝타임인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984년~1985년 KBS에서 방영됐었다. 이때는 내가 국민학교 6학년, 중학교 1학년이었다.


호호아줌마는 주로 차숟가락 크기로 작아졌다.

애니메이션이라고 하지만 이런 상황이 실제로 펼쳐진다면 얼마나 놀라겠는가. 몸이 작아지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커져 보일 것이다. 실사 영화 중에도 『다운사이징(2017)』, 『앤트맨 시리즈(2015, 2018, 2023)』등이 최신기술로 사람이 작아지는 상황을 실감 나게 표현했지만, 어릴 때 봤던 애니메이션만큼의 추억에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의외로 호호아줌마는 당황하지 않았다.

작아진 몸이 다시 커질 것을 고민하지 않고, 새로운 숲 속 친구를 만나고 버튼을 산처럼 오르며 책 속에 숨었다. 평범한 일상이 모험으로 변하는 것에 크게 구애받지 않았다. 시선이 바뀌고 스케일이 변하면 기존의 관점이 바뀌며 사물이 새롭게 나타난다. 디자인도 그런 시선이 필요하다.


디자인은 관찰에서 출발한다.

익숙한 사물과 현상을 다른 시선에서 볼 수 있어야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호호아줌마는 평소 보이지 않던 세상을 작아지면서 또렷이 보고, 그 대상과 관계를 맺었다. 무심코 지나쳤던 세상은 새로운 의미의 대상이 되었다. 세상은 많은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새로움을 추구한다. 하지만 이 새로움은 이미 우리 곁에 있는데 미처 보지 못하고, 보고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스케일만 달라져도 관점이 바뀐다.

단순한 사이즈의 문제뿐만 아니라 기술이나 대상, 가치도 여기에 포함된다. 평소 당연한 레벨이라고 생각했던 관점이 변하면서 미니멀리즘, 유니버설 디자인, 로우테크, 적정기술 등이 주목받는다. 보통의 사용자나 소비자로 한정했던 시선을 주변으로 돌려야 포용력 있는 디자인이 비로소 가능해진다. 비싸고 좋은 기능품만 아니라 다이소의 천 원짜리 생활용품에서도 디자인이 보여야 한다. 지금은 1인 콘텐츠와, 쇼츠, 로컬리즘 등 미시적 디자인 전략과 연계할 수 있는 소스가 차고 넘친다. 관점을 바꾼다는 것이 단순히 관찰자인 내가 서 있는 위치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다. XY 축뿐만 아니라 Z 축까지 함께 이동한다면 상대적 좌표의 경우의 수는 무한대로 증가한다.


디자인을 하다 보면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럴 때는 모든 것을 놓고 높이를 낮춰보자. 우리는 가끔 작아질 필요가 있다. 작아질 때 비로소 보이는 세계가 있다. 원래 작았던 소인족의 이야기 『마루밑 아리에티(2010)』 이야기도 편견 없던 소년, '소우'와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다른 관점이나 세상에 대한 두려움은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것일 수 있다. 새로운 디자인을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호호아줌마처럼 작아질 각오를 해보자.


그런데 호호아줌마는 왜 작아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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