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가 아닌 댄서, 프로댄서!!
직업의 세계는 오묘하다.
사람들은 다양한 직종에서 다양한 일을 하며 살아간다. 단순히 먹고살기 위한 직업도 있고, 즐기면서 재미있게 살아가는 일도 있다. 제8차 한국표준직업분류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전체 취업자는 약 2,888만 7천 명이라 한다. 어떤 직업은 사라지고, 또 어떤 새로운 직업은 변하는 시대에 맞춰 각광을 받기도 한다. 세상에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직업이 존재한다.
직업의 유형도 많아졌다.
풀타임 근무가 당연하던 시대를 지나 지금은 유연한 근무형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직업의 형태가 생겨나고 있다. 6~70년대 출생한 세대에게 '직업'은 평생직장에서 오래도록 근무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그리고, 직업을 바꾼다는 것은 직장을 바꾸는 것과 거의 유사한 개념이었다. 한 번 정하면 평생을 가던 사회는 예전보다 훨씬 유연해졌다.
나는 친구가 많지 않다.
그마저도 중년이 되니, 자주 만나기는커녕 연락하는 빈도도 점점 늘어난다. 그래도 어릴 때 친구 하나 정도는 잊지 않고 가끔 연락한다. 이 친구의 직업은 프로댄서다. 나와 디자인을 같이 전공했는데, 중학교 때부터 그림솜씨가 제법 좋았다. 서양화를 전공했던 친구는 어떤 계기로 디자인으로 전향했는데, 그때부터는 디자인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20대 초중반 시절, 작업실에서 같이 과제도 만들고, 그림도 그렸던 추억이 있다. 그러다 이 친구는 취미 비슷한 계기로 살사댄스를 시작했다. 누가 봐도(본인도) 본원적 소질과 경향은 그림이나 디자인이었는데, 살사 쪽으로 점점 무게가 기울었다. 동호회 활동 수준을 넘어 어느새 본업과 취미의 자리가 바뀌었다. 동호회 내에서 고등학교 선생을 하던 그의 파트너는 평생 반려자가 되어, 결혼도 살사식으로 해버렸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났다.
친구는 여전히 살사빠를 운영하는 프로댄서다. 나도 큰 변화 없이 디자인을 하고 있다. 한 때는 친구를 따라 살사를 조금 배워봤지만 내 길이 아님을 깨닫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가끔 그의 살사빠에 놀러 가면 여전히 나는 구경꾼이다. 현란한 조명아래서 다양한 댄스를 즐기는 동호인들은 무대 위에 배우 같다. 귀동냥으로 얻어들은 살사댄스의 종류는 많았다. 내가 볼 때는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데 전문가들은 그걸 분류해서 따로따로 즐기고 있었다.
친구는 살사전문 댄서다.
중년의 나이에는 젊을 때와는 또 다른 관록의 멋이 있다. 지금도 매일 거울 앞에서 베이직 패턴을 밟는다고 한다. 미술과 디자인을 전공한 그의 빠 벽에는 온통 손수 그린 그림이 있다. 이제는 딸과 함께 그린 부녀의 작품이 있을 정도로 세월이 쌓였다. 친구는 항상 즐겁게 살고 있다. 물론 속으로 들어가면 현대인 누구나 겪는 다양한 편지풍파가 있겠지만 직업만족도는 최고인 것 같다. 살사 덕분에 결혼도 하고 풍족한 생활도 하며, 인생을 즐기고 있다. 이 정도면 직업으로서 최고 아닌가 싶다. 주변에 디자인이나 창업가 정도의 좁은(?) 풀을 가진 몸치 디자이너는 나는 한 번씩 자랑스럽게 말한다.
놀랍게도, 나에게는 댄서친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