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형, 그동안 고마웠어요
미션 임파서블이 30년의 대장정을 마쳤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늘 그랬듯이 마지막임을 대놓고 표시 내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이게 톰 형의 마지막이었음을. 이제 에단 헌트는 볼 수 없지만, 톰 크루즈의 새로운 영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1966년부터 1973년까지 방영된 미국 첩보 드라마 ‘Mission: Impossible’에서 시작되었다. 드라마 속 비밀정보기관인 IMF(Impossible Missions Force) 요원들이 전 세계를 누비며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하는 스토리를 담았으며, 시즌 7까지 이어졌고 1988년에도 두 시즌 동안 리메이크되어 방영되었다. 이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1996년 톰 크루즈 주연의 첫 번째 영화 ‘미션 임파서블’이 개봉하면서 대형 프랜차이즈로 거듭났다. 톰 크루즈는 1편부터 주연과 프로듀서를 겸하며, 시리즈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끼쳤고 첫 영화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이후 시리즈마다 감독이 바뀌며 각기 다른 스타일의 첩보 액션을 선보였다.
총 8편이 만들어지면서 위험한 액션을 직접 소화하는 톰 크루즈가 매번 화제였다.
아시아에 성룡이 있었다면, 서양에서는 톰 크루즈였다. 성룡의 액션도 위험하고 대단했지만, 톰 크루즈는 마치 목숨이 여러 개 있는 것처럼 연기했다. 이번 파이널 레코딩에서도 복엽기에 매달리는 것은 기본이고, 심해잠수, 점프 등 보기에도 무서운 연기를 직접 해냈다. 오죽하면 톰 크루즈의 자연사를 바란다는 국내 팬들의 소원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영화는 인공지능 엔티티와의 대결을 통해 전 세계의 핵전쟁을 막는 것이 주요한 플롯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설정과 함께 지금까지 시리즈에 대한 오마쥬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미션 임파서블 팬들에게는 또 하나의 기념이 될 만하다. 영화 마지막에 주요한 인물이었던 루터의 녹음 메시지가 의미 심장했다. 내가 제대로 들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표현이 나온다.
Nothing is written.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
그렇다.
아무리 불가능한 임무라고 해도, 내 앞에 놓인 운명이 아무리 힘들어도 결과는 미리 정해지지 않았다. 30년 동안 세계를 향해, 얼굴 모를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노력한 에단 헌트처럼 우리의 삶 역시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살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재미로만 보는 영화에서 한 가지는 건졌다. 적어도 실제 삶은 영화만큼 절망적이지 않다. 그 정도면 된 것 아닌가. 아무튼 영화는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주인공 에단 헌트가 나이 들어가는 것을 보여준다. 들리는 말로는 8편에서 과거를 회상하면서 젊은 시절의 톰 크루즈를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복원했지만, 너무 잘생긴 외모가 영화를 방해할 수 있다는 의견으로 편집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젊을 때 꽃미남인 배우가 자연스럽게 관객들과 나이 들어가면서 완성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의미 있다.
톰 형, 그동안 수고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