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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 또 디테일

디자인은 디테일이 승부를 가른다

by 송기연

디자인의 끝이 있을까?

물론, 디자인 개발일정이 끝나는 시기는 당연히 있다. 여기서 말하는 끝은 완성도에 대한 디자이너의 마음가짐을 말한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모든 자원은 유한하다. 예산, 자원, 시간 등 모든 것이 해당된다. 그러다 보니, 항상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디자인이 끝난 후에도 생산이나 운영을 위한 생각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늘 시간에 쫓긴다. 그렇다고 루즈하게 늘어지는 일정 역시 좋지는 않다. 집중의 힘이 필요한 이유다.


디자인의 마지막 순간은 늘 찾아온다.

이제 더 이상 디자인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이 없으며, 디자이너의 손을 떠나는 그때 말이다. 디자이너의 눈에는 늘 아쉬운 점이 보인다. 매번 완벽하게 디자인을 마무리하고 싶지만 늘 100% 만족을 하지 못한다. 디테일. 늘 쓰는 말이지만 정말 디자인의 핵심은 디테일에서 시작해서 디테일로 끝난다고 할 수 있다. 어느 디자인 분야를 막론하고라도 경험 많은 디자이너에게는 일련의 사항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그렇다고 미시적인 부분에 발이 묶여서도 안된다.

디자이너는 디자인 전체를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항상 하는 얘기가 있다. 지금 이 상태에서도 마무리 의견을 낼 수 있는 디자인 단계까지 빨리 가야 한다고. 그래야 세부적인 디테일이 보인다. 그렇다고 너무 급하게 디자인을 마무리하라는 말은 아니다. 비 전문가의 눈에는 안 보이지만 디자이너에게는 보이는 디테일이 있다. 그건 디자이너만이 볼 수 있다. 그래서 일정 내에 최대한 디자인을 빨리 정리한 후, 처음부터 빠진 디테일을 다듬는 것이다. 제품디자인이라면 관여되는 부품 간 결합방식이나 성형상 불리한 부분이 있는지 체크하는 것이다. 사출을 할 때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불량에 대비해서 리브를 세우고, 두께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일정상 급하게 모델링 한 부분이 있으면 다시 한번 형상을 들여다본다. 분명히 그런 부분이 있다. 그렇지 않은가? 다른 디자인 영역도 마찬가지다.


디테일은 결국 품질로 연결된다.

디자인이 끝난 후 양산을 위한 생산기술로 이어질 때에도 마찬가지다. 디자인에서 걸러내지 못한 부분은 여지없이 뒤로 가서 문제로 드러난다. 작은 디테일은 나만이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부족한 시간이나 환경이라면 알면서도 넘어간다. 그래서 손이 빠른 디자이너가 유리하다. 전체가 완성된 후 다시 들여다보는 디테일은 요소요소를 상황에 맞게 조절한다. 이는 마치 책을 여러 번 읽는 것과 같다. 처음 일독할 때는 보이지 않던 문장이나 표현이 신기하게 2회부터 눈에 들어오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세 번, 네 번을 읽어나가다 보면 이전과는 다르게 디테일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와 박힌다. 디자인도 똑같다. 그래서,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그만큼 여러 번 검토하고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테일은 실력이다.

축구에서도 수준급 공격수의 드리블은 한 번 아니라 필요에 따라 여러 수십 번도 접고 방향도 바꾼다. 디자인도 전체를 통괄하는 관점과 디테일을 잡아내는 정도에서 실력의 차이가 드러난다. 세상 누구도 알 수 없는 디테일도 디자이너 스스로는 알 수 있다. 아직 그런 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이는 세월의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연차 높은 시니어 디자이너의 역할이 계속 요구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디자인 품질에서 중요한 여러 요소 중, 디테일은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눈을 키우는 일은 의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디자이너의 의지가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반영된다면, 디자인 디테일은 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그 디테일이 디자인의 핵심 정수가 될 것이다.


디자인 디테일, 디자이너의 의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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