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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트 태권브이 리부트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살아나보자!!

by 송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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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로봇만화는 남자들의 로망이었다.

특히, 주인공 소년 혹은 청소년이 파일럿이 되어 악과 맞서 싸우는 스토리는 당시 남자 어린이들의 흥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당시에는 만화 속 주인공과 감정이 이입되어 신나고 통쾌한 감정은 이후 일본 만화영화라는 사실과 함께 다소 누그러들기는 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당시 일본의 방대한 애니메이션 시장의 풀과 스토리라인에 대한 부러움도 생겼다. 버블이 꺼진 후, 다양한 문화산업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지만, 애니메이션 특히 로봇물에 대한 기반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태권브이는 당시 트렌드에서 확실한 국산(?)이었다.

비록 생김새에 대한 표절논란이 있었지만, 태권브이의 디자인은 당대 거대로봇의 디자인 트렌드에 맞다고도 볼 수 있다. 이후에는 다양한 형태와 구조로 변화되었지만 말이다. 마치 당시 디자인 트렌드는 지금의 스마트폰과 유사하다. 초기 시티폰, 셀룰러폰의 과정을 거쳐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개성 있던 형태는 조금씩 지금의 모양으로 정리되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된다. 단순하고 정형적인 거대로봇의 시대, 지속적인 발전이 있었다면 우리나라의 거대로봇도 지금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태권브이의 스토리는 대단히 독창적이고 신선했다. 보통 어린이 대상의 로봇만화에서 악당은 단순하게 묘사된다. 지구정복이나 침략의 당위성보다는 그냥 원초적으로 나쁘게 묘사된다. 하지만 태권브이의 설정은 달랐다. 작중 카프박사는 뛰어난 천재 물리학자였다. 하지만 실력이 아닌 흉측한 외모 때문에 많은 따돌림을 당한다. 이에 앙심을 품고 말콤박사라고 스스로 칭한 뒤 붉은 제국을 세우는 것으로 나온다. 실력이 아닌 외모를 가지고 사회나 조직에서 왕따를 시키는 사회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설정을 가져와서 빌런의 탄생을 설명한다는 것은 대단히 현실적이면서 획기적이기까지 하다. 말콤박사의 분노가 일견 이해도 된다.


또한, 태권브이의 전투기술을 보자.

일본산 거대로봇의 전투는 무기로 한다. 로켓, 광자역 빔, 칼이나 총, 낫(그랜다이저) 등으로 원거리에 있는 상대를 무찌른다. 하지만 태권브이는 조종사 훈이와의 정신적 교감을 통한 태권도로 상대를 제압하는 백병전이 주특기다. 세계 태권도 챔피언인 훈이의 태권도 실력이 그대로 로봇에게 전달되는 설정은 영화 퍼시픽림에서의 실사로봇에도 적용되었다. 다양한 태권동작중에서 마지막 필살기였던 날아 차기는 태권도복을 입은 훈의 모습과 태권브이의 모습이 교차하면서 어린이 관객에게 엄청난 쾌감을 안겨줬다.


태권브이 부활 프로젝트.

IMF때 국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목적의 로보트 태권브이 부활 프로젝트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한 발전된 영화기술을 적용해서 실사화도 추진했지만 여러 문제에 직면하면서 목적했던 기획의 결과물은 나오지 못했다.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부활하는 태권브이의 변화된 모습이 낯설었다.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표절이니 뭐니 해도 기억 속에 남아있는 우리의 로보트 태권브이의 디자인을 크게 손보지 않았으면 했다. 많은 사람들이 태권브이의 영상과 디자인에 주목했지만 내 기억 속 태권브이의 킥은 뭐니 뭐니 해도 OST다. 작곡가 최창권의 곡을 아들 최호섭이 불렀다. 최호섭은 세월이 가면을 부른 그 가수가 맞다. 또, 배우 김영옥 님이 MBC라디오 공채성우 시절 태권브이의 훈이 목소리를 연기한 것 또한 유명한 일화다.


거대로봇에 대한 기억은 또렷하다.

힘든 시기 남자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줬다. 그리고 그 기억은 어른이 된 지금도 명확하게 남아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나오는 태권브이, 마징가 Z, 그레이트마징가, 그랜다이저, 메칸더 V는 자연스럽게 조금 이전인 인조인간 캐샨, 짱가, 아이젠버그로 이어졌다. 역시 추억은 노래를 통해 살아난다. 만화영화 주제곡을 들으면서 잠시 추억에 잠겼다. 어른이 되어서 다시 보는 거대로봇은 또 다른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특히 산업디자이너가 되어서 바라보는 로봇디자인은 또 다른 느낌이다.

로보트 태권브이는 영화로만 존재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추억의 너머에만 있을 뿐이다. 2000년 초에 시도했던 부활 프로젝트를 다시 살릴 수 없을까? 넷플릭스 같은 OTT를 보면 일본의 건담이나 자쿠에 대한 Special Version이 간혹 보인다. 태권브이도 OTT를 통해 6부작 정도 분량으로 리부트 해보면 어떨까? 한국의 문화콘텐츠힘은 대단한 수준에 올랐고, 고정 팬덤도 세계적으로 존재한다. 그냥 가정이지만 '로보트 태권브이 리부트'로 6부작 정도, 실사에 근접한 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OST를 방탄소년단이 불러준다면, 잠시 잊고 있던 태권브이 콘텐츠를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로보트 태권브이 리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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