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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카의 추억

포니 2 픽업을 눈앞에서 보다

by 송기연

자동차 삼천만 대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자료를 찾아보니 2024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는 약 2,629만 8천 대라고 한다. 예전에는 개인용 자동차를 '자가용(自家用)'이라고 불러서 굳이 구분했었다. 단체나 업무 목적이 아닌 개인이 소유 및 사용하는 용도의 자동차라는 의미를 붙여서 개인소유임을 알렸다. 그만큼 자동차를 개인이 소유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부의 상징이었다. 빠른 경제발전 덕분에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소위 '자가용'을 가지는 시대가 되었다. 물도 사 먹는 시대가 되었듯 자동차에도 급격한 변화의 시대가 왔다. 엔진이 아닌 전기로 가는 자동차, 운전자 없이 스스로 운행하는 자동차 등이 지금 이 시간 도로를 누비고 있다.




가끔 옛 기억은 좋은 콘텐츠가 된다.

추억으로 자리 잡은 기억은 무엇이든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얼마 전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7,80년 대 만화영화 주제곡은 잊었던 로봇 프라모델 자료를 찾아보게 만들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성인이 되고 자동차 회사에 디자이너로 일을 하게 되면서 가졌던 나의 첫 차는 뉴르망이었다. 입사동기에게 중고로 구매했던 수동미션의 뉴르망은 나의 출근길을 진땀 나게 만들곤 했다. 미숙했던 수동미션 클러치 조작으로 종종 시동을 꺼지게 했다. 운전 중 시동이 꺼지는 경험을 지금 세대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튼 뉴르망과 함께 출발한 당시 20대의 패기 어린 시선에서는 에스페로 디자인이 최고였다. 이탈리아 베르토네의 디자인의 스케치를 그대로 실현한 날렵한 옆 차체의 모습은 세련미 자체였다. 그보다 더 시간을 거슬러가면 국산차는 뭐니 뭐니 해도 포니다. 내 기억 속에는 약간 세련된 디자인이었던 포니 2가 남아있다. 당시 포니는 부의 상징이었다. 현대는 이후 2019년에 아이오닉 콘셉트카에 포니 디자인을 녹여내면서, 어릴 때 포니에 추억을 가진 실구매 고객층에게 향수를 자극했었다.


가끔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추억의 올드카를 만난다.

관리가 잘된 올드카를 영상으로 보면 감탄이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 차를 보면 이런 느낌이 더해진다. 어른이 되어서 찾아간 초등학교와 주변 풍경이 너무 작게 보이는 것 말이다. 눈높이가 달라져서일까. 얼마 전 지방에 디자인 컨설팅을 가서 주차장에 차를 대는데, 작은 주황색 차량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포니 2 픽업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아주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깔끔한 외관은 예전 그대로였다. 어른이 되어서 보는 포니는 생각보다 왜소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의 몸집은 예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커지고 단단해졌다. 보통은 그냥 지나쳤겠지만, 포니 2 픽업은 그럴 수 없었다. 가끔 운전하다 도로에서 이 차종을 보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얌전히 주차되었는 차량을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조심스레 차량과 운전석을 들여다보고 차체에 손도 대서 만져도 봤다. 시공간 너머 물건이 내 눈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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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나는 포니와 관련된 추억이 없다.

기껏해야 택시로서의 포니 정도다. 어릴 때는 멀미가 심해서 택시도 오래 타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좋지 않은 도로사정, 열악한 서스펜션, 차를 많이 타보지 못한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멀미였을 게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택시 뒷자리에 앉았을 때 방향지시등을 보고 신기해했던 기억은 있다. 어떻게 우리가 가는 길을 차가 알아서 미리(?) 깜빡이를 켤까? 어른이 되고 운전을 하면서 그게 운전자의 수동 조작임을 알았다. 지금은 자동차가 스스로 길도 찾고 운전도 하는 시대니, 나는 지금 한 인간으로 기술발전의 매 순간을 목도하고 있는 셈이다. 아무튼 주황색 포니 2 픽업은 나의 지난 기억과 당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충분한 역할을 했다. 여기 주인 몰래 찍은 사진 몇 장을 더한다. 나와 비슷한 연령대라면 지난 추억을, 젊은 시대라면 흥미로운 볼거리가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도 포니처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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