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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품격은 어디서 오는가

품격 있는 어른 사람의 기본 조건

by 송기연

김민석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화제다.

이재명 정부의 첫 총리로 지명된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이르면 6월 30일 인준이 진행될 예정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는 공직 후보자가 해당 직위에 적합한 인물인지 검증하고 임명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목적이다. 하지만 원래 목적과 달리 정치 노선이 다른 상대 쪽에서 도덕적 검증이라는 명목으로 망신주기나 개인 프라이버스 영역에 대한 과도한 공격이 시행되는 것을 많이 경험했다. 인사청문회의 순기능에서 벗어나는 것을 참고 견뎌야 하는 시험대 같아 보여서 어떤 식으로든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아무튼 지금은 대한민국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내각의 도움 없이 대통령 혼자 국가를 운영할 수 없다. 능력 있고 뜻이 맞는 인재들과 팀 플레이를 해야, 대한민국의 빠른 정상화를 넘어 미래를 향한 방향을 잡고,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

이제 곧 이재명 정부의 초대 총리가 될 이 분은 내란 국면에서 큰 역할을 수행했다. 마치 예언처럼 내란을 예견했고,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이에 대비하는 많은 활동을 했다. 이번 인사 청문회를 통해 정치 저관여층들도 그에 대한 많은 사실과 정보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청문회의 진행은 예상대로 진행되었다. 상대 진영의 여러 질 낮은 의혹과 공세에 명확하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내용은 차치하고, 나는 김민석 후보자의 말에 주목했다. 1964년 생으로 올해 61세가 되는 중년 남자의 말에서 품격이 묻어났다. 오랜 정치 생활을 한 엘리트 출신의 주류 정치인이 가질법한 분위기를 찾기 어려웠다. 말의 속도는 차분했고, 표현은 정제되었다. 부드럽지만 핵심을 비켜나지 않았고, 부당한 공세에는 명확하게 맞섰다. 목소리 톤은 낮지만 힘이 있고, 품격이 느껴지는 고상한 말투였다. 우리가 흔히 보던 정치인의 말투는 고압적이고 상대를 비아냥 거리며, 톤은 높고 속도는 빨랐다. 행동도 그에 걸맞게 했다. 노룩패스는 대표적인 일화다. 역대 총리는 정치성향을 제외하고 본다면 모두 빠르지 않은 속도, 낮은 톤이 기본이었다. 다만, 김민석 후보자는 말의 내용도 형식과 다르지 않았다. 마치 생각이 말을 최대한 정제하고, 입으로 내보내기 전에 머리로 여러 번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것은 하루 이틀의 훈련으로 되지 않는다. 평생을 노력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볼 뿐이다. 어느 인터넷 방송에서 유시민 작가가 말하기를, 기사 딸린 관용차를 10년 이상 타면 사람 자체가 달라진다고 했다. 상상만으로 충분히 공감했다. 명석한 두뇌를 가진 사람은 생각의 속도가 말보다 훨씬 빠르지 않겠는가? 그 속도대로 쉴 새 없이 말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했다.

말하는 만큼 종종 얇은 지갑을 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입을 닫으라는 것이 말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말의 양과 속도를 현저히 줄이면 자연스럽게 실수할 일이 줄어든다. 평범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아마 말의 속도일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말의 속도를 줄여서 천천히 말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우리가 평소 말하는 것을 녹음해서 들어보면 생각보다 말이 예상보다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금 어색할 정도로 말의 속도를 줄이고, 여기에 더해 긍정적이고 논리적인 형식까지 갖춘다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겉만 따라 한다고 뭐 하고 하지 말자. 좋은 건 따라 배우고 그렇게 하려는 노력이 가상한 것이다. 나태주 시인은 아름답고 예쁜 말과 표현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람의 품격이 올라간다고 한다. 시인의 직업적(?) 말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논리적이다. 부산이 고향인 남자, 그것도 아저씨들에게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당한 변명까지 되지 않는다. 당연히, 나는 김민석 후보자처럼 될 수 없다. 다만, 그런 모습이 좋아 보이고, 조금이라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노벨문학상 덕분에 한강 작가의 목소리와 말투를 알게 되었다. 느린 그의 말속에도 품격과 힘이 느껴졌다.


말과 행동은 그 사람을 대표한다.

생각과 마음은 알 수 없고 행동은 겪어봐야 안다. 하지만 말은 즉시 그 사람을 알려주는 바로미터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았든, 어떤 생각으로 행동하든 그것은 감춰지지 않는다. 다만, 정리되지 못한 생각이나 미성숙한 마음은 생각과 글로 어느 정도 정리될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말이 중요하다. 품격 있는 말이 단순한 습관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기 위해서 말의 속도와 톤을 조절해 본다면 어떨까 싶다.


품격 있는 어른의 말은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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