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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제안 D-5일

글 쓰면서 경험하는 가장 짜릿한 첫 경험의 순간

by 송기연

글을 쓰는 목적은 다양하다.

일기를 쓰는 개인기록의 차원부터 정보나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공유하는 것까지 범위는 넓다. 하지만 내가 쓴 글이 책의 형태로 만들어져 세상에 나오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다. 요즘에는 워낙 많은 출간 방식이 존재한다. 형태로는 전자출판, 자가출판, 일반출판 등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짜릿하고 해보고 싶은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유명 출판사를 통한 출간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본인이 쓴 글은 소중하다.

마치 자식을 바라보는 것처럼 자신의 글을 대하는 입장은 그다지 객관적이지 못하다. 그래서일까. 내가 적은 글의 묶음들은 누구라도 환영하고 공감해 줄 것 같은 상상이 된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출판계도 엄연한 사업자로 시장에서 생존해야 한다. 가뜩이나 책을 보지 않는 시대에 자비출판이 아닌 정식 출간을 한다는 것은 그러기에 더욱 의미 있다. 물론, 정식 출간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모든 글 쓰는 사람들의 로망은 나의 텍스트 콘텍스트가 전문 편집자와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서점에서 보이길 바란다.


샘플원고를 적어서 POD출간을 했다.

공저형식이지만 나름 짜릿했다. 전자파일 형태로는 많이 만들어봤지만 실제 손으로 만져지는 책의 볼륨과 한 장씩 넘기는 종이의 질감은 여전히 낯설다. 내가 지금까지 산업 디자인을 하면서 무수히 많은 제품이 금형을 통해 가공되고, 사출과 조립, 후가공을 통해 세상에 나오는 것을 경험했다. 아무리 많은 경험을 해도 마지막에 완성된 디자인 제품과 만날 때 기분은 매번 새롭고 경이롭다. 청년 시절 다녔던 자동차 회사에서 만든 차량이 도로를 다니는 모습을 보는 혼자만의 묘한 뿌듯함은 다른 곳으로 옮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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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경험은 많지만 책은 거의 초보나 다름없다.

머릿속에는 많은 잡념들로 가득하다. 조금만 다듬으면 모두 글이 되어 책으로 만들어질 것만 같다. 물론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로는 남겨두었다. 이걸 뼈대로 만들고 살만 붙이면 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제대로 된 분량의 책을 한 권 마친다는 것은 디자인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협업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 제품의 생산 단계까지는 여러 전문가의 힘이 필요하다. 반면 글은 작가 혼자 대부분을 감당해야 한다. 디자인도 많은 수정과 보완 작업이 필요하지만 글만큼은 아니다. 글은 전문 편집자의 손을 거쳐 거의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끄적거리는 개인차원의 글은 한두 번만 훑어보면 되지만 정식출간의 경우, 이 과정은 상상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다.


샘플원고(약 3~40% 분량)와 출간제안서를 작성했다.

투고할 출판사 리스트도 하나하나 찾아가니 일단 21개가 나왔다. 출판사에 투고하는 과정은 여느 디자인 공모전과 유사하다. 디자이너로서는 제법 이력이 많지만 작가로서는 아주 초보중 초보 수준이다. 다시 한번 출간 제안서를 다듬고 샘플원고의 글을 정리해 봐야겠다. 이번 주에 출판사를 조금 더 검색해서 1차로 30개 출판사에 출간 이메일을 보내보려 한다. 메일 수신 날짜와 시간은 다음 주 월요일 아침 09시다. 직장인이라면 09시에 열어보는 업무메일의 가장 위에 포지셔닝하면 조금 유리하다는 주변 조언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모든 첫 경험은 짜릿하다.

보통은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지만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정식출간의 기회가 올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평소 체력을 키우듯이 글 쓰는 솜씨도 조금씩이라도 다듬고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출간제안은 을의 입장에서 하는 것이다. 을중에서도 슈퍼 을이다. 뭐 어떤가, 무료한 일상에 아주 재밌는 경험이 될 것이란 생각에 벌써부터 두근거린다. 메일을 보내고, 수신확인을 하고 오지 않을 회신을 기다리는 다음 주 경험이 또한 재밌을 것 같다.


글 쓰면서 경험하는 가장 짜릿한 첫 경험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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