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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평가에 대한 생각

사용성 평가가 전부가 아니다

by 송기연

디자인도 평가의 대상이다.

일차적으로는 디자인 사용자가 평가의 주체다. 이들은 디자인을 사용하면서 경험하는 모든 항목의 평가자다. 각자 서로 다른 환경과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평가는 냉철하다. 이들의 평가 대상이 되는 디자인의 범주는 상당히 넓다. 쉽게 생각하기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당장 떠오를 것이다. 이런 방식의 디자인결과물은 디스플레이를 통해 시스템과 사용자가 상호행동(Interaction)을 주고받는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통해, 웹사이트는 모바일, 태블릿, 컴퓨터를 통해, 키오스크나 각종 기계장치류는 하드웨어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명령과 반응을 상호교환한다. 이때 화면구성, 그래픽, 반응속도 등이 중요한 관건이다. 하드웨어의 경우 작동을 위한 각종 스위치의 형태, 크기, 촉감, 위치가 중요하다. 이런 배치와 성능, 인터페이스 문법, 표현방식 등에 따라 디자인 사용성을 평가한다. 하지만 이게 전부일까?


디자인의 평가주체는 사용자 외에도 있다.

디자이너 자신과 개발 시 이해관계자도 모두 평가를 한다. 즉 사용자(End User)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말을 다시 표현하면, 디자인의 평가주체는 모든 사람이다. 이때 디자인은 반드시 '사용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디자인을 하면서 진행된 모든 단계에는 데이터가 있다. 최종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간 단계의 과정도 중요하다. 초기 기획과 최종 결과물은 어느 정도의 간극이 있으며, 어떤 점이 보완되었고 어떤 부분이 아쉬운지를 알아야 한다. 혹은 애초 기획했던 수준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그런 점이 시장에 나가 사용자를 만났을 때 디자인 만족도에 영향을 끼치는 지도 분석과 평가의 대상이 된다. 만약 그렇다면 원인과 요인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책임소재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예산의 부족, 일정의 변경, 시장의 미스판단 등 요인은 다양하다. 디자인 프로세스라고 해서 모든 잘못이 디자인에 있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의 평가항목은 여러 가지다.

기획, 스타일링, 성능, 양산품질, 조작성, 네이밍, 브랜딩, 패키지, 전달방법, 사용성, 광고홍보 등 무수히 많다. 하지만 현재 디자인 평가라고 하면 단순히 '사용성'하나에만 집중하는 듯하다. 이는 워낙 많은 제품군에 대한 정확한 평가항목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각 산업영역에서 자체적인 평가항목으로 운영하다 보니 디자인 영역에서 제대로 된 평가항목을 만들기 어려운 현실도 엄연히 존재한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자동차 자체에 대한 성능, 실험, 인증 항목은 존재하지만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평가항목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초기 디자인콘셉트가 무엇이었는지, 그 디자인이 양산을 고려한 설계와 개발단계에서 어떻게 변하고 축소되고 의도와 달리 바뀌었는지에 대한 기준은 모호하다. 성능과 관련된 디자인 사용성 항목이라면 완전한 품질육성이 끝난 양산제품이 평가 대상이 되어야 한다. 실제 재질이나 성능과는 다른 working mock-up으로 사용성 테스트를 하는 것은 촌극이다. 단순히 기기의 조작을 위한 물리적 장치의 위치 정도는 사용성이라기보다는 인지(주로 시각에 의한)에 대한 정도 차이다. MVP 수준의 디스플레이 구성을 한 프로그램이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라면 사정은 조금 낫기는 하겠다.


디자인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

가능하면 다면적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이 통합적이고 궁극적인 평가일 것이다. MVP정도의 working mock-up을 가지고 하는 사용성 평가는 그야말로 요식행위다. 디자인은 늘 평가의 대상이면서 개선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것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모든 창의적 결과물의 숙명이다. 디자인의 영역이 제품, 시각, 서비스 어는 영역이라도 제대로 된 기획이 있으면,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다. 블라인드성 사용성 테스트는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 나가 제대로 기능하는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앞서 말했듯이 제대로 된 평가 이전에 제대로 된 기획의 존재가 필요하다. 모든 일에는 순리와 순서가 있다. 제대로 된 디자인 평가의 첫걸음은 제대로 된 디자인 기획이다. 디자인 평가는 다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디자인을 사용하는 사용자인 사람 자체가 다면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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