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할 수 있는 만큼만 생각할 수 있다
생각을 글로 쓰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나 비유가 풍부할수록 글은 생각에 가까워진다. 생각이 100 이면글은 얼마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 결국 글을 쓴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생각을 나누기 위함이 가장 큰 목적이다. 여기에는 나 자신도 포함된다. 어떨 때는 내가 쓴 글을 봐도 내 생각이 잘 전달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어휘력이다. 어휘력은 외국어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모국어를 쓴다고 해서 모든 단어나 표현을 아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는 대단히 한정적이다. 그래서 글을 써도 사용하는 단어 같은 어휘력은 분명한 한계가 생긴다.
독서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타인의 글을 읽으면 나와는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된다. 그의 세계에서 쓰는 어휘는 나와는 다르다. 거기에 그 작가가 훨씬 더 높은 글쓰기 능력과 재능이 있다면 이건 어휘력 보물창고가 된다. 어제부터 박완서 작가의 수필집을 읽기 시작했다. 무겁지 않은 일상의 생각을 모아놓은 글이라지만 문단마다 페이지마다 나오는 단어와 표현은 새로운 것이 많았다. 새롭다는 것은 내 어휘 범주에서는 자주 목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두 번째 장까지 읽고 나서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생소한 단어나 표현을 하나하나 형광펜으로 줄을 긋고 국어사전을 찾아봤다. 대충 짐작만으로도 뜻을 추정할 수 있겠으나 사전을 찾아보면 뜻이 아주 명확해진다. 최종목적은 내가 쓰는 글에도 새로운 표현을 쓰는 것이다. 책의 구석에 찾아본 뜻과 한자를 메모해 본다. 그러고 나서 다시 문장을 읽으면 새롭게 다가온다. 마치 애매하던 수수께끼가 풀린 듯, 작가의 생각이 마음에 확 들어온다.
어휘노트.
별도의 어휘노트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컴퓨터로 하면 훨씬 편하고 효율적이겠지만 손으로 쓰는 맛은 또 남다르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정리하는 좋은 표현(문장, 비유 등)과 어휘노트는 글쓰기 능력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마침 증정용으로 받아서 쓰고 있는 질 좋은 노트가 있다. 두 권을 받았는데 한 권은 일상 메모 겸 다이어리로 쓰고 있다. 만년필이 번지지 않는 질의 다이어리는 만나기 어렵다. 종이의 질과 분량은 적절하다. 너무 두꺼우면 완성의 맛을 느끼기 어렵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양질의 책을 읽어야 한다. 좋은 표현과 정리된 문장은 글쓰기 근육을 키우는 좋은 영양제다. 얼마 간 꾸준하게 글은 썼지만 책을 많이 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글의 수준이 정체된 느낌이다. 박완서 작가의 책 중 '넉넉한'이란 표현이 참 좋았다. 이런 느낌은 책을 덮고 나면 잊어버릴 확률이 높으니, 좋은 표현과 문장을 적어 놓는다는 것은 자체로도 의미 있어 보인다.
좋은 것은 따라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은 나의 스승이 된다. 좋은 것이 세상에 퍼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흉내나 표절이 아니라면 아름답고 예쁘고 좋은 표현은 얼마든지 익히고 써야 한다. 우리말에는 풍부한 의미를 가진 어휘가 너무나 많다. 매번 밥을 먹어도 반찬은 자주 바뀌지 않은가. 편식은 곤란하다. 아름답고 풍부한 어휘를 가진다는 것은 글 쓰는 사람에게는 좋은 일이다. 보다 더 적극적으로 생각과 마음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다. 효율면에서도 좋다.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는 데는 명확한 표현이 우선이다. 그래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할 수 있다.
표현할 수 있는 만큼만 생각할 수 있다.
결국 생각의 깊이도 어휘력에서 나온다. 말이나 글뿐만 아니라 생각에도 어휘력이라는 힘이 필요하다. 모국어라고 우리말의 모든 것을 아는 것이 아니다. 어휘력은 단순한 비유나 묘사를 위함이 아닌 생각의 깊이와 정확함을 위한 것이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탐험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