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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어떻게 표현하는가

매일매일 표현의 근육을 키우자

by 송기연

여러 디자인 분야가 있다.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며 사람들의 요구가 구체적일수록 새로운 이름의 디자인 분야가 발견된다. 새로운 디자인 분야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분화되고 이름 지어진다. 어떤 디자인이라도 최종 결과는 동일한 의무를 가지는데, 나는 그것을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표현은 디자인의 최종 도구다. 디자인을 하면서 사려 깊은 배려, 깊은 통찰, 선한 의도, 뛰어난 아이디어 등은 모두 표현이라는 터널을 거쳐 정리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결과물은 일종의 필터링 같은 단계를 거친다. 거친 면을 다듬고, 생각을 잘 다듬고 정리하는 기능이 되면 최적이지만 자칫 성능이 너무 뛰어나서 좋은 재료도 갈아버리거나 정반대의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너무 좋은 정수기 필터는 죽은 물을 만든다. 또는 표현의 필터가 재료를 전혀 다른 결과로 만들 수도 있다.


모든 결과는 과정과 의도를 잘 담아야 한다.

의도와 다르게 나오는 말이나 행동, 콘셉트와 다르게 생성된 디자인의 사례는 아주 많다. 그러다 보니 많은 오해와 갈등이 생기고, 부차적으로 많은 설명이 더해져야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한 대비는 결과와 의도를 대비해 보면 알 수 있다. 둘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는 제삼자의 시선으로 봐야 한다. 본인은 아무리 봐도 알 수 없다. 디자인의 표현은 특히 말보다는 형태, 색상, 재질 등 시각적 요소의 힘이 강하다. 모든 디자인은 은유다. 제품이나 상징물, UI/X 등도 모두 상징을 내포하고 있다. 문자 텍스트가 포함된다고 해도 상징의 힘이 더욱 크다. 그러다 보니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해석의 차이가 생긴다. 여기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얼마 전 공공서비스디자인 대면심사를 다녀왔다.

미리 검토해 본 서류심사의 결과와 이미지가 선입견처럼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의외로 서류로만 접했던 공공서비스디자인 결과와 직접 얼굴을 보면서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의 결과는 사뭇 달랐다. 어떤 프로젝트는 서류보다 실제 과정이 훨씬 좋았고, 또 어떤 것은 그 반대였다. 짧게는 서너 달, 길게는 반년 정도의 프로젝트 결과는 서류와 실제 내용이 큰 차이로 벌어졌다. 많은 사례를 접해봤던 나로서도 이런 차이를 미리 예측할 수 없었다. 몇 장 안 되는 프로젝트 보고서에서도 이런 편차가 생기는 것은 표현의 차이다. 그래서 표현에 힘(力)을 붙여서 표현력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사람마다 체격과 근력의 차이가 있듯, 표현에도 체급과 능력의 구분은 명확하다. 디자이너는 글이나 말, 그림이나 영상 등 다양한 표현요소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전문 디자이너가 포함된 프로젝트도 서류와 실제의 간극이 큰 경우가 있었다. 디자이너라고 모두 표현에 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 몸의 근육처럼 표현력 역시 지속적으로 꾸준히 훈련해야 발전할 수 있다. 몸도 튼튼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산소, 근력운동을 병행하면서 매일매일 훈련해야 한다.


디자이너에게 표현력은 중요하다.

모든 일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힘을 배분할 수 있어야 한다. 아주 강한 힘만 아니라, 부드러운 조절이 필요할 때도 있다. 겉으로 보이는 큰 근육 못지않게, 탄탄한 속근육은 신체의 밸런스를 지켜준다. 철저한 준비운동은 지겹더라도 큰 힘을 쓸 때 혹시 모를 부상을 방지하고,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게 해 준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화려하고 멋진 표현력을 가능하게 하는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기초 준비운동 같은 튼튼한 기초가 있어야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거의 유일하면서 효과적인 기초 훈련으로 글쓰기가 있다. 매일 조금씩 생각을 표현하는 기초근육을 키우는 것은 무엇보다 디자이너에게 필요하다. 인공지능 AI로 생각도 대신하는 세상이다. 글 쓰고 그림 그리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이런 습관이 계속되면 생각 주머니의 크기는 쪼그라들다 못해 없어질 것이다. 진화 상 그게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서면 그 방향으로 인류는 진화할 것이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생각과 표현의 힘을 키우는 것보다 우선이 없애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거의 하나로 귀결된다. 매일매일 조금씩 조금씩 표현력에 힘을 더하자.


생각주머니는 생각보다 빨리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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