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 판단하는 디자이너 교육의 중요성
디자인 교육은 참 어렵다.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디자이너는 세부 분야도 많고, 시대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술의 발전과 트렌드의 변화 속도와 어느 정도 발맞춰야 하는 이유도 있다. 대학 교육과정이 변화하는 사회의 요구와 트렌드를 무조건 따라갈 수도 없다. 어느 정도 이론과 실기를 병행해야 하는데 모든 디자인 세부 영역을 다 커버할 수 없다. 대신 공통적이고 최소한의 조건을 맞추는 것이 가장 현실적 방안이다. 급속도로 ICT 기술이 발전하기 전 디자인 교육의 주요 콘텐츠는 조형훈련이었다. 제품디자인과 시각디자인 정도로만 구분되던 시기에는 누가 그림을 잘 그리는지가 표현력을 결정했다. 지금은 물론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앞으로 디자인 교육은 어떻게 흘러갈까.
이런 글은 교육자와 학생 모두에게 관심사다.
학생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대비용으로 수업료를 내고 대학에서 교육을 받는다. 교육자는 이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기초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한다. 사회에서는 대학의 전공자들을 데려다 기업이나 조직의 목적에 부합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 이 세 가지 이해관계자들의 공급과 수요가 일치할 때 서로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다. 하지만 전술했듯 여러 상황에 의해 이런 조건은 쉽게 만족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인공지능 AI 툴의 등장은 조형능력은 물론 사고력, 판단력 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수가 주는 과제를 컴퓨터를 쓰지 않고, 인공지능 AI의 도움을 받지 않고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여기에 한 번이라도 이런 툴의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다면, 다음 과제에서 이 달콤한 유혹을 지나치기 어렵다.
시대의 흐름은 어쩔 수 없다.
변화와 발전을 러다이트처럼 무조건 반대할 수 없다. 다만,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에서는 최소한 지켜야 할 영역을 사수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그 영역은 사고력과 표현력이다. 표현력 중에서도 생각을 글과 말로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디자인 교육의 최후의 보루라고 본다. 발전하는 인공지능 AI는 사람으로 하여금 간단한 사고조차 필요 없다고 강변한다. 그리고 그것을 실제로 증명해내고 있다. 가치에 대한 판단력과 이를 표현하는 것은 디자이너 고유의 능력이다. 다소 조형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다양한 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생각이나 판단, 사고 자체는 최대한 본인이 스스로 해야 한다. 가치에 대한 판단이나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면, 더 이상 디자이너는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다. 이것은 디자인을 말과 글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과 직결된다. 학교에서는 스스로 원하는 주제를 정하고 그것을 본인이 마무리까지 진행한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디자이너 본인의 생각이나 의지보다 외부 조건이나 상황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런 경우 자신의 주관이나 생각, 의도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클라이언트나 디자이너 모두 AI에만 물어보고 그 누구의 생각도 없는 디자인이 양산되는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디자이너의 생각은 중요하다.
가치에 대한 판단과 의견은 반드시, 가장 오래까지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있어야 한다. 인공지능 AI가 쓰고 그리는 결과물을 비평 없이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디자인의 존재 이유는 사라진다. 그리고 그 교육은 지금이 적기다. 힘들겠지만 꾸준한 비평훈련과 글쓰기 훈련이 전제된다면, 최소한 사고의 영역을 오래도록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하는 힘과 판단하는 능력, 그리고 이를 논리적으로 잘 표현하는 것은 영원한 디자인의 몫이다.
생각하는 힘은 끝까지 지켜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