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역시 낮술

by 송기연

나는 술을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밖에서 술자리를 만들기보다는 집에서 한 잔씩 하는 편이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장소가 중요하지 않다. 밖에서 마시는 술도, 집에서 마시는 술도 저마다 매력 있다. 술은 그 자체로도 좋다. 좋은 사람과 마시면 더욱 좋다. 여기에 맛있는 안주가 있거나 분위기가 좋으면 술맛은 저절로 오른다. 하지만 나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음식 맛을 잘 모르듯이 술맛 역시 그렇다. 맥주나 소주나 이름은 다른데 맛을 거기서 거기 같다. 그래서 한때는 나도 주로 먹는 술을 정하고 싶어서 싱글몰트 위스키와 와인을 연구 아닌 연구했었다. 뭐 연구라고 하면 거창해 보이지만 추천 수가 많은 술을 사서 입에 익히려고 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여전히 실패. 내 입에는 밸런타인 30년 정도를 제외하고는 다 거기서 거기였다. 2만 원짜리 싸구려 증류주나 30만 원짜리 싱글몰트나 매한가지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주종을 가리지 않는다. 아주 효율적인 인간상이 아닐 수 없다.


엊그제 토요일 오후에 와이프랑 낮술을 마시러 갔었다.

멀리는 아니고 집 근처에 있는 막걸리 전문점에 갔는데, 아마 우리가 첫 손님이었을 것이다. 오후 3시에 시원한 술집에서 먹는 막걸리의 맛은 남달랐다. 원래 여름에는 시원한 곳에서, 겨울에는 따뜻한 곳에서 먹는 술이 최고지 않은가? 거기에 해가 떨어지기 전에 마시는 술은 신선의 영역이다. 또 깨달은 것은 역시 술은 집에서보다 밖에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안주나 술도 돈 주고 사 먹는 것이 제일이다. 옛말에 낮술은 부모도 못 알아본다고 한 것은 남들은 일하는 낮 시간에 술을 마시는 일탈에 대한 자기비판이나 변명이 아닐까 싶다. 요즘이야 직업의 종류나 일의 형태가 다양해졌지만, 예전에는 낮에 술을 마신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았다.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경제 수준이거나, 속세를 초월한 예술가 정도의 포지셔닝의 사람에게만 낮술이 허락되었다.


술을 마시면 취한다.

사람이 취하면 이성의 끈이 풀리면서 본성이 드러난다. 평소와는 다르게 술을 마시면 폭력적인 사람이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재밌어지고 말이 많아지기도 한다. 술을 절제 못해서 실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솔직하고 즐거워지는 사람이 있다. 평소 못하던 마음을 술기운에 힘입어 터놓고 얘기하거나 꺼이꺼이 우는 사람도 있다. 술의 순기능과는 다르게 우리 사회는 술에 필요 이상으로 관대하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거나 폭력을 행사하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평소 그의 본성이 이성에 억눌려 있었던 것이다. 술의 힘으로 밖으로 드러났을 뿐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어떤 사람의 본모습을 보려면 함께 술을 마시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종교적인 이유로 술을 멀리하거나, 건강상 문제로 금주를 하는 사람도 있다. 뭐든 지나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다. 인류가 최초로 술을 발견하는 시점부터 발명의 단계를 지나 지금은 다양한 술이 세상에 존재한다. 사람은 절대 술을 이길 수 없다. 술을 기분 좋은 도구로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분 좋은 수준에서 술을 절제하고 즐길 수 있다면 인생은 얼마나 재미있을 것인가? 사람마다 다양하게 술을 즐기는 법이 있을 것이다. 운전 안 하고, 적절하게 조절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만 마신다면 술은 신의 축복일 것이다.


거기에 술은 역시 낮술이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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