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티에서 영피프티로

by 송기연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세요"


이런 말처럼 기분 좋은 말이 있을까.

20살이 넘어가면서 신체에 노화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어엿한 중년 아저씨 아줌마 입장에서는 이렇게 귀에 달콤한 말이 없을 것이다. 물론, 대문자 T 입장에서 보면 이런 말을 듣게 되면 일단 한 번 정도는 의심을 해야 한다. 아니, 뭐 의심까지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기분 좋은 말이다.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건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애써 부정할 필요도 없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을 봐라. 외모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매일 꾸미고 가꾼다고 해도 나이가 언뜻언뜻 보이는데, 평범한 사람은 말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그런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축복받은 외모 유전자를 받지 않았나.

연예인.png 연예인들과 애써(?) 비교하며 상처받지 말자!!





생물학적 나이는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매년 한 살씩 꼬박꼬박 먹는다. 하지만, 신체의 노화는 공평하지 않다. 40살이 넘어가면 매년 한 살이 아니라 매년 서너 살씩 휙휙 건너뛰는 듯하다. 그런 게 느껴진다면 이미 노화의 속도를 잡기 이해서는 더욱 치열하게 뭔가를 해야 한다!!


01.40460506.1.jpg 올해 93세가 되신 가천대 이길여 총장님


아, 청춘이여.

몸에서 근육은 빠져나가고, 체형은 ET처럼 변해간다. 예전 같던 체력은 온데간데없고 모발도 얇아진다. 마음은 20대에서 멈춰 있지만, 겉으로 보이는 외모는 어엿한 중년 아저씨, 아줌마가 되어간다.


문제는 정신이 신체의 노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 있다.

영포티(young-forty)나 영피프티(young fifty)는 이런 둘 사이의 부조화가 겉으로 드러날 때 쓰는 표현이 되었다. 물론, 인구의 아주 일부분은 나이보다 지극히 젊어 보이는 신체와 그에 맞는 정신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류는 노화의 속도가 중년 이후에는 가속화된다. 어쩔 수 없다. 자연의 이치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신체 노화현상을 줄이고자 여러 시도를 하지 않은가.


img_20220214110751_4ipm4qfr.webp 예전에 비해 지금은 나이대비 외모가 많이 젊어 보인다


젊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의 영포티는 1975년에서 1985년 사이에 출생한 40대다. 즉, 이들이 20대였던 시기는 대략 1995년부터 2005년 사이가 된다. 이 시기에는 굵직한 시대변화가 있었다. IMF 외환위기를 거쳐 1990년 후반에는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폭발적으로 보급되었다. 아울러 2002년 월드컵의 열기가 이 땅을 휩쓸었다.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이고 문화적으로도 이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성장하던 시기였다.


지금의 영포티는 그들이 20대에 벌써 힙했다.

원래 20대부터 살아오던 삶의 방식이 누군가에는 불편하게 보였을 수 있다. 제도에 순응하고 조직에 반항하지 않던, 대중에 묻혀 개성 없이 살아오던 사람들도 마음 한 구석에는 자유로운 영혼에 갈구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그들이 보던 자유롭고 힙하던 20대는 그 상태대로 40대가 되고 50대가 된다. 겉으로 드러난 패션이나 외적 모습은 과거보다는 옅어졌을지 몰라도 마음은 그대로다. 신체적 나이로 젊음을 표현하기보다는 마음이 젊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영포티, 영피프티는 부정적인 의미가 크다. 본질이 아닌 흉내내기, 남을 따라 하는 것을 넘어 타인에게 - 특히, 젊은 세대에게 -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고 무언가를 강요한다.


원래 내 것이 아니면 불편하고 어색하다.

그리고, 무작정 20대의 문화와 콘텐츠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자기 나이에 맞는 아주 멋진 콘텐츠도 얼마든지 있다. 무조건 젊어 보이는 것이 상책이 아니다. 젊은 20대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40대 만의 멋이 있고, 50대 만의 넘치는 매력도 있다. 각각 저마다 어울리는 콘텐츠의 종류가 다를 뿐이다.


중년의 남자라면 여유와 안정감, 여유와 품격이 매력적인 콘텐츠다.

20대도 비슷한 매력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면 훨씬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20대가 입는 옷을 그대로 입고, 그들의 말투와 굿즈를 소유한다고 해도 그들과 같아질 수는 없다. 자기에게 어울리는 멋이 훨씬 더 사람을 돋보이게 만든다고 나는 생각한다.






운동을 하고 외모를 관리하는 것을 나쁘게 보지 않는다.

다만, 그 행위의 중심이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기준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자기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콘텐츠를 잘 찾는 것도 능력이다. 영포티나 영피프티, 멋진 영식스티는 계속 세상에 존재해 왔다. 젊음은 좋지만 늘 옳은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드는 것 역시 매번 나쁜 것만도 아니다.


젊게 살아야 한다는 압박은 자연스러운 노화를 거부하게 만든다.

어차피 시간의 흐름은 거부할 수 없다. 자기를 아끼고 가꾸는 목적이 노화를 거스르는 것 하나에만 집중된다면 이건 좀 슬프지 않은가. 인생의 주체로서 주어진 삶에 집중하면 더 멋지지 않을까.


SSC_20240327235531_O2.jpg 기술의 발전 속도만을 바라볼 수는 없지 않을까


어차피 나이 들면 신체 효율은 떨어진다.

그 속도를 조금만 늦출 수 있게 운동도 하고 마음도 편하게 먹어보자. 나도 나이보다 2살 정도만 젊어 보일 수 있는 것이 대충의 목표다. 목표 달성이 지상과제도 아니고 딱 그 정도면 충분하다. 생일도 12월이어서 무난하게 목표를 이룬 상태에서 나이 들어가고 있다. 만족한다. 문제는 정신이다.


젊은 상태를 유지하는 정신태도는 포용 같다.

좀 더 여유 있고 느긋한 태도를 가지려고 노력하지만 결과가 단번에 나오지는 않는 것 같다. 품격까지는 안 된다고 해도, 최소한 메타인지가 될 수 있는 아저씨가 되려고 마음 한편에는 늘 생각하며 살아간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영피프티라고 생각해 준다면 아주 만족이다.



하루하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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