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이 교육으로 키워질까?

by 송기연

창의성을 키우자.

반드시 창작을 하는 예술가나 디자이너 같은 직종이 아니라도 창의성은 어디에나 발휘될 수 있다. 그리고 사회나 산업 전반에서 창의성은 환영받는다. 현실에서도 그럴까? 디자인을 직업으로 하는 입장에서 볼 때 창의성이 모든 곳에서 절대적인 환대를 받는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우리가 통상 말하는 이 '창의성'이라는 개념은 불꽃을 일으키는 트리거 정도의 역할이다. 소설을 쓰는 작가도 창의성이 중요한 이유는 이야기의 중요한 출발이 되기 때문이다. 이후는 정교한 구성이 더 요구된다.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여러 방법이 있다.

연상을 시키고, 낯선 개념들끼리 결합하거나 빼기도 하고, 크기를 확장해서도 생각하고 반대로도 한다. 온갖 다양한 방식은 인간 두뇌를 자극해서 기대의 범주 내의 생각을 뛰어넘는 것이다. 시네틱스(Synetics) 같은 개념도 비슷하다. 서로 상관없는 두 개의 낯선 개념이나 생각을 억지로 연결시키면 뭔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사고를 확대시키면 생각지도 못했던 엉뚱하고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엉뚱함이 당장 쓸모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QzhpWDMQXK7_wHz3wMViWASslj0.jpg 시네틱스의 4가지 유추법



그럼 이렇게 나온 엉뚱함인 진짜 새로울까.

우리 인간이 가진 창의성의 범위는 우리의 경험에 한정된다. 내가 새로운 창의 발상법으로 생각해 냈다고 느껴지는 것은 내 기억의 범주에서 잠깐 잊혔던 것일 뿐이다. 내가 인지하지 못해도 나의 기억과 뇌는 기억하고 저장하고 있던 것을 꺼낸 것이다. 세상에 완전한 새로움은 없으며, 한 개인이 경험하지 못했던 범위를 뛰어넘는 창의성이란 존재할 수 없다.




물론, 창의를 자극이나 교육적 관점으로만 바라볼 수 있다.

그것 역시 나름의 가치를 가진다. 창의적인 최초의 발상이 수정과 보완을 거쳐 실용적인 결과까지 가지 않아도 충분히 소중하다. 특히 영유아나 미성숙한 학생들은 이런 개인적 경험이 이후 큰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창의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들이 공개된 방식(Method) 자체만 암기할 뿐, 행동에는 인색하다는 점이다. 이해는 간다. 이론과 실제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유명한 선수가 반드시 유명한 지도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늘 논리가 성립했다.


창의성은 교육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만, 약간의 자극을 통해 경험을 하게 만든다. 우리는 모두 타고난 창의 전문가다. 어릴 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하늘의 구름을 보고, 자동차 전면을 보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풍경을 보면서 동물이나 사람 얼굴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파레이돌리아(Pareidolia) 현상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런 경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반복되는 사고의 틀에 갇히면서 점점 줄어든다. 창의성은 그 자체보다 뇌를 자극하는 활동으로 더 가치가 있어 보인다. 인간의 뇌는 최적화를 원하는 기관이기에 더 이상 새로운 외부 자극이 없다면 자체 기능을 알아서 종료 혹은 통폐합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창의성을 자극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은 우리 생활에서도 쉽게 수행할 수 있다.

img_4905248_0.jpg 파레이돌리아 현상, 뭐가 보이는가?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그 언어를 써서 뭘 하겠다는 목표는 동기를 부여하는 관점에서는 좋다. 하지만 그런 실용적인 목적이 아니라고 해도 우리 뇌를 자극해서 창의영역을 깨우는 데는 취미 정도 수준의 호기심으로도 충분하다. 외국어는 내가 쓰는 모국어와 비교되고, 일이나 생활 전반에서 일어났던 일을 떠올리면서 기억회로도 자극한다.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데, 여기에 외국어는 한 단계 더 필터를 거치지 않은가. 이만한 창의성 방법이 없다. 나도 취미로 두어 달 전부터 일본어를 독학 중인데, 취미로 조금씩 하다 보니 부담도 적고 재미있다.


새로움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익숙함이 주는 편리함도 좋다. 하지만 시간을 더디게 흐르게 하고 삶의 악센트를 위해서는 낯선 개념을 서로 연결하고, 더하고, 빼면서 뇌의 창의영역을 자극시키는 것은 어떨까. 아마 우리 뇌 역시 오랜만에 느껴보는 새로운 자극에 내 몸 여기저기, 마음 이곳저곳에 새로운 에너지를 뿌려댈지도 모른다.


창의성은 삶에서 그런 역할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디자인은 왜 할 게 이렇게 많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