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딜레마

사용자의 요구 vs 디자이너의 의도

by 송기연

오늘 부산항 터미널 컨벤션 센터를 다녀왔다.

배를 타고 일본으로 가지 않는 이상 이곳을 특별히 갈 일이 없었는데, 부산시 디자인수도 조직위원회 발대식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방문하게 되었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특성상 새롭게 방문하는 곳에는 설치된 싸인 시스템을 유심히 보게 된다. 나 역시 처음 방문하는 곳인지라 자연스럽게 행선지 정보를 제공하거나, 위치를 안내하는 여러 싸인물에 눈길이 갔다.

KakaoTalk_20251030_173546088_03.jpg 입구의 설치물은 기관의 얼굴이다


디자이너의 시선에서 볼 때에는 깜짝 놀랐다.

내부 화장실 싸인물과 엘리베이터 표시 설치물의 크기가 너무 컸다. 보통은 내부 다른 시설물과의 비례, 조형성, 가독성 등을 고려해서 설치하는 가이드가 있다. 몇몇 시설물에는 이런 것보다는 가시성, 조형성을 고려해서 일정한 가이드를 벗어나서 설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싸인물의 크기는 너무 크고 내부에 적용된 그래픽은 조악해 보였다. 그래서 내린 나름의 결론은, '급했구나'였다. 적절한 예산이나 전문가의 참여보다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빨리 마무리해야 하는 사정이 있었으리라. 그래서 전문성을 다소 포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것으로 스스로 결론을 내려 버렸다.


그리고, 별다른 생각 없이 찍은 사진을 SNS에 공유했다.

댓글이 몇 개 달렸는데, 반응은 나의 기대를 완전히 벗어났다. 비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큰 싸인물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는 것이 주류였다. 저시력자, 급하게 어딘가를 가야 하는 사람 등등은 이런 싸인물이 좋다고 평가했다. 여기가 도대체 어디냐는 글도 남겼다. 디자이너가 볼 때는 별로인 결과물이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사용자를 고려한 친절한 디자인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KakaoTalk_20251030_173546088_04.jpg 내 기준에서는 난해한 크기와 색상의 화장실 표시
KakaoTalk_20251030_173546088_02.jpg 위태롭게 매달린 거대한(?) 화장실 조형물(조명도 제대로 안 들어옴)
KakaoTalk_20251030_173546088.jpg 홍보관, 추진단 안내 싸인물과 비례가 안 맞게 큰 E/V 싸인물


특히, 저 화장실 인포그래픽 속 사람도 부자연스럽게 보였다.

3명, 팔다리 길이, 어깨너비 등이 계속 눈에 거슬렸다. 이곳은 5층이다. 에스컬레이터가 있고, 엘리베이터도 있다. 블루가 메인 색상인 듯 공간의 모든 곳에는 짙은 푸른색으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나는 비교적 근래에 만들어진 공공시설물의 싸인물이라면 좀 더 세련된 것을 원했다. 크기가 크지 않아도 눈에 띄일 수 있는 디자인은 분명히 있다. 화장실이 있어야 할 위치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위치에 아름다운 형태와 적절한 디자인의 싸인물을 기대했다. 이런 내 생각과 일반 시민의 생각은 완전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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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의견이 우선인가?

아니면, 디자이너의 시선이 정답일까. 공공시설물의 싸인 시스템의 굿디자인 조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이게 디자인의 맛이자 함께 나누고 싶은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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