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몽과 디자인

by 송기연

올 것은 옵니다.


프리랜서 마켓 No.1을 표방하는 크몽이 디자인 수행업무를 본격적(?)으로 하려나 봅니다. 사실, 이런 일들은 진즉부터 예견되었습니다. 단순한 아트워크에서 출발해서, 이제는 중대형 국가사업과 같은 분야에도 진출하는 것 같습니다. 인력파견에서부터 협업에 이르는 다양한 산업 전 분야에서 영향을 미치려고 합니다.


크몽의 디자인 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세분화되어서 운영 중입니다. 디자인 세부영역뿐만 아니라 작업 가능 요일, 업무 타입, 분위기 등 디자인에 필요한 기본적인 검토 영역은 오히려 잘 구분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자체 어워드나 평가를 통해 순위도 랭킹 하면서, 로고타입은 10만 원 이하에서 출발합니다. 아.. 3만 원부터 시작하는 로고제작비용도 어렵지 않게 보입니다. 제품 디자인 역시 렌더링뿐만 아니라 기구설계까지 안 하는 영역이 없어 보입니다.


자, 여기에서 기존 디자인 산업에 속해있는 사람들의 불만이 터집니다. 디자인을 너무 홀대하는 것 아니냐, 싼 게 비지떡이다 등등입니다. 저인망식 저가 출혈경쟁은 디자인 산업 자체의 존폐를 어렵게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봅시다. 지금 크몽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역시 디자이너들입니다. 스스로 단가를 낮추면서 시장 형성이 가능하다는 말 자체는 디자인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컴퓨터의 발전으로 이제는 디자인산업의 진입장벽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전문회사의 대표들도 디자인 전공이 아니어도 그리 어색하지 않습니다. 컴퓨터 기술과 인터넷의 발전에 의해 이런 시대는 오게 되어있는 숙명인지도 모릅니다. 1차 산업혁명 시 러다이트 운동처럼 현시대의 큰 흐름을 부정하고 싶겠지만, 언제까지 가능할까요.


디자인은 이제 큰 변화의 시점에 놓여있습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기본적인 디자인 아트워크를 자동화시킬 것입니다. 단순히, 조형이나 그래픽 작업만으로는 전문가 대접을 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제 아무리 심오한 철학과 기획 하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도 그럴 것입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크몽에 올라와있는 디자인 작업물의 퀄리티는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대신, 디자인 기획과 같은 디자인 전 단계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고, 디자인 이후의 행위들인 사용자와의 인터페이스, 시장에서의 상업적 성공 같은 이후 영역과의 결합이 요구될 것입니다. 더욱더 아트워크의 영역은 체계화되면서 용역비의 하락은 피할 수 없으리라 봅니다.


이제는 빅 디자인과 스몰 디자인의 영역은 더욱 구체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 살을 깎아먹는다고 말하기 전에 이런 현상들은 수요자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비슷한 결과물이라면 저렴한 가격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필수불가결입니다. 다만, 물가상승률이나 경제상황에 비춰볼 때 어느 정도의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요. 타노스의 핑거스냅에 준하는 변화가 오고 있습니다.



AI와 가상현실이 이제 우리 삶에서 자연스러운 영역을 차지하고 있고, 그 속도는 가속화될 거라 우리 모두는 어렵지 않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디자인은,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서 제2, 제3의 크몽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있겠습니까. 이제는 변화해야지요. 늦었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에 우리가 기대했던 디자인의 가치나 금전적 대가, 사회적 위상을 위해서는 변해야 합니다. 어렵다, 도와달라. 디자인하는 사람이 몇 명인데, 무분별한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플랫폼은 규제해야 한다라고만 하면 누가 돌아봐주지 않을 겁니다. 과다한 디자인 전공자와 그에 못 미치는 산업 규모, 기술의 발달이 어우러진 결과가 이제 하나씩 우리의 목줄을 죌 것입니다. 거기에서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가치를 스스로 만들고 증명해야 할 때입니다.


핑거스냅에서 살아남을 절반에 들었으면 하는 요행을 바라지는 않아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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