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기연 Aug 29. 2022

카터와 서울대작전

스타일이냐 내용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출처 : 넷플릭스

시각은 가장 큰 자극 요소다. 사람은 시각을 통해 많은 정보를 받아들인다. 제 아무리 좋은 의도의 디자인이라고 하더라도 시각적 만족이 없으면 내면을 바라볼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 좋은 디자인은 좋은 모양을 가진다. 예선전을 통과해야 본선을 갈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자극을 강조하는 디자인은 절대 롱런하지 못한다. 그러나, 사람의 시선을 잡을 수 없는 디자인은 시작하기도 힘들다. 


그라다 보니, 저마다 겉으로 드러난 외형이나 스타일링에만 치중하는 디자인을 종종 접하게 된다. 아무런 고려나 근본적인 고민 없이 오로지 자극적인 외형만으로 사용자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이를 과잉 디자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디자이너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지만 그 경계선이나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유일한 기준이라고 본다면 스스로의 마음일 것인데, 회사 내에서 상사나 클라이언트가 엄연히 존재한다면 이 역시도 온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에게 간섭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주가의 하락으로 조금은(?) 의견을 낸다고는 하나 근본적인 취지는 무간섭이 아니라 방임에 가깝다고도 한다. 창작자를 전혀 간섭하지 않으면 어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생길까는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근래, 개봉한 카터와 서울대작전은 스타일링과 테크닉에 특화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영화를 제작하는 기술이 할리우드에 비해 부족했을 때에는 VFX 등의 특수효과나 편집, 후보정 기법 등은 흉내 내는 수준에 불과했다. 근래, OTT나 극장용 영화에 활용되는 테크닉과 기술은 세계 어디를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디자인 일을 하다 보니, 영화를 볼 때에도 어쩔 수 없이 사용된 소품이나 무대, 컬러 등에 조금은 눈이 갈 수밖에 없다. 역시 시각 자극은 강하다. 예를 든 2개의 영화는 기술적 측면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카터의 촬영기법과 화면처리, 서울대작전의 색감이나 무대 등은 사실 거의 만점에 가까운 것 같다. 

출처 : 넷플릭스

스토리나 콘텐츠는 어떨까. 겉으로 드러난 놀라운 수준의 기술에 비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관객이 받아들이는 느낌은 기술만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개인적 의견이라 할 수 있겠으나, 디자인에 비유한다면 콘셉트보다 스타일에 더 치중했다는 생각이다. 물론, 디자인 의도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면 할 말이 없지만, 디자인의 End User처럼 영화에는 관객이 있다. 외적으로 드러난 자극은 짧은 시간 사람들에게 회자될 수 있겠지만,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되려면 2시간여 동안 관객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 처음에는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겠지만, 어느 순간 영화에 몰입되고 상영되는 세계관에 영입되어야 한다. 물론, 짧은 상영시간은 너무나 짧다. 한정된 시간이지만 그것이 영화의 숙명이다. 


디자인, 특히 산업디자인은 각 분야에서 역시 한정된 조건이 있다. 그 안에서 최대한 스타일을 통한 시각적 만족과 그것을 구성하는 내용의 당위성이 필요하다. 어찌 보면 디자인과 영화는 많은 부분 닮아있다. 세계적인 한국의 콘텐츠가 디자인이든 영화든 저마다의 형식을 통해 대중을 만나게 된다. 감독이나 디자이너가 최종 책임자가 되어 콘텐츠와 의도를 잘 전달하고, 형식 역시도 매력적이 되고자 한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혹시 형식과 내용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단, 둘 다 수준급이라는 전제가 필요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실전에서 만나게 되는 서비스디자인 유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