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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기연 Aug 26. 2022

실전에서 만나게 되는 서비스디자인 유형

서비스디자인을 책으로만 배웠어요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 이론은 다양한 실전의 최대공약수를 모아서 핵심만 남겨둔 것이다. 이론에서 출발해서 다양한 실전이 나오기도 하고, 다양한 실전에서의 사례를 모아서 이론을 다시 수정 보완하기도 한다. 아무튼, 이론은 실전을 대비하는 최소의 간접경험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서비스디자인은 실전에서는 여러 가지 변형된 형태의 과업으로 나타난다. 동일한 개념을 조금씩 다르게 부르기도 한다. 하다못해 발음이 다른 경우도 있다. Persona를 "페르소나", "퍼소나"로 구분해서 부르면서 어떤 게 적확한 것인지 소심한 고민을 하기도 한다. 본인은 개인적으로 영어식 발음을 한다. 과업 자체도 서비스디자인, 리빙랩, 디자인 싱킹, 퍼실리테이션, 공공디자인 등 제각각이다. 이론을 충실히 익한 사람은 서비스디자인의 각 단계 및 세부적인 활동이 이론과 조금씩 다른 것에 크고 작은 의문이 생길 것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실전에서 제품 디자인을 All new design의 조건에서 하는 경우는 드물다. 현재 제품의 부분적 개선이 대다수다. 완전한 신상품을 디자인하는 경우에도 다양한 전제조건이 따른다. 대학에서처럼 자유롭게 주제도 정하고 교수의 지도를 받아 진행하는 정도 수준의 일은 없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고 본다.


논제로 다시 돌아오자. 실전에서 만나게 되는 서비스디자인의 유형을 거칠게 3가지 정도로 구분해보면 다음과 같다. 그리고, 뒤에는 사소하지만 예상되는 궁금증을 조금씩 풀어보고자 한다. 




유형 1. 결론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서비스디자인 과업


아마 실전에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유형일 것이다. 지자체나 기관 등에서 주로 발주한다. 서비스디자인의 주제가 단독이 아니고 이미 다른 사업이나 예산으로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심한 경우에는 이미 종결난 과제일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아마 기관에서 요구하는 것은 크게 2가지 정도다. 


1) 정해진 결론에 이르는 정당성 확보

2) 정해진 결론을 실현하는 창의적인 방법 추가


과업은 예산이 있어야 한다. 없던 예산을 신설하거나 추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 과업의 결과가 뻔하게 예상된다면 뭔가를 해야 한다. 서비스디자인이 이런 과업에 할 수 있는 것은 위 2가지이다. 다시 한번 과업의 주제로 프로세스를 원점에서 진행해본다. 이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게 된다. 기존에는 몇몇 소수의 전문가나 서비스 제공자들만이 참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당성 확보는 이런 과정을 통해 확보된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을 통해 이미 결론은 나와 있지만, 추가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결론에 영향을 미친다기 보다는 결론을 보완해줄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과업은 서비스디자인을 통한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히 있다. 결론이 어느 정도 정해졌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을 백지에서 시작해야만 의미 있는 좋은 디자인이 아니다. 필요한 만큼만 딱 맞춰서 하기도 어려운 것이 디자인이다. 과정을 충분히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과업의 실패와 성공이 모두 디자이너의 어깨에만 올라가 있는 책임의 무거움도 한 번 생각해보자. 어깨는 가벼우면서 한정된 조건 내에서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유형 2. 주제만 정해진 서비스디자인 과업


좋다. 그러나 중압감은 분명히 생긴다. 진행되는 정도에 따라 추가 예산이나 지원이 생길 수 있다. 주제는 문제정의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더블 다이아몬드 2 번제 Define 단계에서 '진짜 문제정의하기' 라는 키워드에는 너무 종속되지 말자. 마치, 초기 정해놓은 주제랑 완전히 다른 뉘앙스를 주어야 제대로 된 서비스디자인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애써 마이너한 부분에서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자 하는 부담감이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단계에 대한 얘기도 여기서 조금 해보자. Discover-Define-Develop-Deliver의 4단계는 개념적인 것이다. 순차적으로 나열된 것 역시 개념적이다. 모든 디자인 단계에서는 크고 작은 피드백이 존재한다. 순서에 너무 얽매이지는 말자. Discover(조사) 역시도 그렇다. 이 과정은 전체 디자인 기간 동안 계속된다. 과업이 진행되면서 알게 되는 다양한 조사 내용은 단계마다 다르게 다가온다. 이해가 되시는가? 초기단계에서 하는 조사 내용과 중간과정, 마무리 즈음에 하는 조사 내용은 다른 무게로 다가오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과업 마무리 단계에서 발견하고 찾게 되는 내용으로 인해 처음부터 다시 과업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조사는 앞부분에서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 과업을 끝내는 그 순간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정의하기, 발전하기 역시 마찬가지다. 시작점이 있을 뿐 마무리는 과업 끝나는 순간까지 계속이다. 


주제가 정해진 서비스디자인 과업은 주어진 주제를 가설로 보자. 이 가설이 맞는지 계속 검증해가는 과정이다. 진행하다 보면, 주어진 주제가 도저히 아니고 진짜 문제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유레카! 그런 순간이 온다면 과업 전체를 이끌어가는 PM은 무거운 판단을 해야 한다. 이론에 걸맞은, 디자이너로서는 최고의 순간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자원은 유한하다. 완전히 과업이 뒤집어질 정도가 아니라면 적절한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역량 역시 책임 있는 디자이너의 몫이다. 디자인은 혼자만의 영역이 아니다. 기간이 있고, 예산이 있고, 다양한 조건이 있다. 민감하고 섬세한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역량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스탭으로서의 디자이너와 PM으로서의 디자이너는 다르다. 이론과 실전의 적절한 지점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디자인이 어렵다고 말하는 것이다. 교육 워크숍 같은 짧은 트레이닝에서는 많이 접해보겠지만, 실전에서 접하게 된다면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커뮤니케이션 등 많은 부분에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유형 3. 아무것도 안 정해진 서비스디자인 과업


지극히 이론적으로만 존재한다고 본다. 만약 실전에서 이런 종류의 서비스디자인 과업이 있다고 한다면 본인은 고민이 깊을 것이다. 앞에서 말한 PM으로서의 디자이너는 디자인 이외에도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교육이 아닌 실전에서 이런 과업을 접하게 된다면... 잠깐 상상을 해봤지만 아마 용역비용을 많이 요구할 것 같다. 투자되는 시간 대비 책임의 무게가 클 것이다. 이론을 그대로 적용하는 과업이라서 보는 눈도 많고, 결과의 품질, 이후 진행될 후방 과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이런 과업일수록 아카데믹한 대학연구소에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재무적 목적이 적은 곳은 이런 실험적인 과업의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비스디자인은 기관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다. 타 디자인 영역처럼 현장의 데이터는 더 쌓여야 되고 보다 많은 유형의 시도가 있어야 한다. 반복하지만, 이론서에서 배우는 방법론, 프로세스, 정보들은 학제적인 것이다. 운동으로 본다면 기초체력이다. 어떤 종목이든 기초체력이 없으면 숱한 기술들은 무의미하다. 기술도 현장에서 자주 쓰다 보면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본인에게 맞는 자신 있는 기술이 생긴다. 높은 수준에 이른 스포츠 스타들 역시도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기본기를 반복해서 익힌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서비스디자인도 마찬가지다. 프로세스와 방법론은 반드시, 반드시 필요하지만 실전에서는 다르다. 아마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형태의 과업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과업이라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디자이너의 역량이 요구된다. 이런 경험이 쌓일 때 비로소 전체 과업을 아우를 수 있는 책임급 디자이너로 성장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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