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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기연 Jan 10. 2023

배워서 남 주나

기술의 미래 : 기술의 미래 위치

  어떤 언어라도 시대에 따라서 의미가 조금씩 바뀐다. 그건 살아있다는 증명이다. 살아있으면 변하는 것이 원리이다. 기술이라는 단어도 과거에서 현재까지 그 의미가 조금씩 변해왔다. 기술도 살아있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어떨까. 기술은 어떤 의미로 미래에서 사용될 것인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원론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과거와 현재를 토대로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하다.


  기술은 숨 가쁘게 발전하고 변하고 있다. 과거 단순한 수공업 가공영역에서 출발한 것이 도구를 사용하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영역의 도움을 받아 발전에 가속도가 더해지고 있다. 현재도 숙련된 기술인의 수작업과 감각에 의존하는 기술도 존재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발전하는 과학기술도 함께 존재한다. 이 두 가지 기술의 출발점은 이제 점점 더 그 사이가 벌어지고 있다.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기술의 높고 낮음, 어려움과 쉬움 같은 이분법적인 잣대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현상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논리와 현상이 충돌하고 있다. 


  이제 각자의 길을 선택한 두 가지 기술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과학기술로 대체가능한 수공업 기술은 예술영역을 제외하고는 사라질 것이다. 물론, 예술영역이라고 하더라도 완전히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은 거의 전부일 것이다. 그러나, 효율(Utility)의 측면과는 다른 가치가 존재한다. 과거의 시간의 유산이 되고, 그 유산은 정체성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기계나 과학기술이 만들어낼 수 없다. 숙련기술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을 넘어, 그 존재가치를 충분히 증명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 그러나, 그 가치가 직업적 안정성과 경제적 안정감을 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형이다. 


  특정한 숙련기술이 대를 이어 전수되지 않고, (문화예술영역의 전수 같은 특수영역은 제외다) 명맥이 끊어진다고 해도 그것은 전달자인 사람의 문제다. 아이러니하게도 과학기술은 사라져 가는 혹은 사라진 기술을 복원하고 보존하며, 영구히 존속시키는 도우미 역할을 수행한다. 인간의 DNA가 대를 이어 내려간다는 관점에서는 영생이라 보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이런 영역은 이제 데이터로만 존재할 수도 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  있지만 그것이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숙명이다. 모든 것은 끝이 있는 법이다. 


  또 하나는 융합이다. 파충류가 탈피를 통해 생명을 이어가듯이 기술 역시도 변하지 않는 가치와 속성을 제외하고는 시대에 맞춰서 변화해야 한다. 스스로 변화하기도 하고, 다른 영역과 융합하거나 연계하기도 한다. 이는 생명체도 진화라는 도구를 적절히 잘 활용한 종은 살아남았다는 것과 비슷한 논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디자인은 컴퓨터를 새로운 도구로 받아들인 1차 변화에서 다시 또 발전하고 있다. 전통적인 미술도구에서 수작업과 숙련된 표현능력이 디자이너의 경쟁력이었다면 컴퓨터는 아주 큰 변화의 틀을 마련했다. 그래서, 필자는 1차 변화라고 지칭한다. 거기서 다시 또 바뀐 2차 변화는 새로운 도구의 추가이다. 정해진 디자인 콘셉트를 잘 표현하던 것에서, 사용자의 경험을 디자인하기 위한 다양한 조사 및 관찰, 분석 도구들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이것이 컴퓨터에 비견될만한 2차 변화다. 1차 변화에 살아남지 못한 디자이너나 디자인 영역은 이제 거의 현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 한 번의 강렬한 변화를 경험하고 난 뒤 다시 또 찾아온 새로운 변화다. 이 변화 역시 뼈를 깎는 각오로 적응하고 배우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다시 또 현장에서는 사그라들것이다.  


  변화는 어렵고, 융합은 힘들다.

살아남는다는 일차적 목표뿐만 아니라, 과거의 양분을 바탕으로 더욱 발전해야 한다. 기술의 미래는 우리 곁에 이미 와 있다. 생존의 결정권은 우리에게 있지 않다. 환경은 도태를 기본으로 두고 그 속도를 더하고 있다. 뛰고 변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느새 우리의 기술은 그저 추억 속의 아련한 기억일 뿐이다. 변화와 융합은 특히 디자인 기술에는 더욱 소중하다. 오롯이 사용해야 할 생존도구가 아닐까. 이 시간도 주위를 둘러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변하고 바뀌어가야겠다. 




그래서, SHIFT를 회사명으로 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고 칭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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