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제발 물어봐라, 쫌!!
부산은 엑스포 2030 개최를 원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경제, 문화 등 다양한 활성화 요소로 올해 2023년 11월께 개최지 최종선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다양한 홍보유치활동을 하고 있는데, 신규 도시 브랜드 선정작업도 그 일환이라 보인다. 원래, 브랜드가 장기간 사람들의 마음속에 형성되는 것이 정석이지만 메가시티 부산의 도시브랜드 변환이라는 결심을 하게 되는 데는 그만큼 변화에 대한 간절한 요구가 있다고 본다. 다만, 그 진행과정의 미숙함과 결과의 품질에 대해서는 한 마디 적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을 기획하고 진행한 부산시 입장에서는 말 못 할 속사정도 있을 것이다. 한편, 억울할 수도 있겠다. 별 수 없다.
참으시라. 디자이너들은 일상적으로 겪는 일이다. 다 잘 되라고 하는 얘기고, 이를 경험 삼아 앞으로 공고디자인 행정 시 참고 삼아 잘하면 되지 않나. 한 번 대리체험해 보는 것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보자.
출발은 아주 좋았다. 기획의도와 콘셉트에는 10점 만점에 10점을 준다.
현재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시민은 총 331만 5,516명이다(2023년 2월 기준). 그래서, 340명의 부산도시브랜드 자원봉사자를 각 연령대에서 1명씩 해서, 총 340명을 선발했다. 이름은 '시민참여단, 상상더하기+'다. 멋지다. 마치, 선발된 각 연령층의 부사 시민참여단의 무한상상과 봉사를 통해 도시브랜드에 대한 아이디어, 생각, 논의를 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브랜드를 상상했을 것이다. 선발된 인원들은 휴일 아침 8시부터 벡스코에 모여서 하얀 활동복을 지급받고, 서울의 유명 디자인학과 교수와 브랜드 전문가의 특강을 들었다. 이후, 각 분임으로 모여서 부산브랜드에 대한 아이디에이션과 각 자의 의견을 열정적으로 모으는 시간도 가졌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그림인데, 통상적인 공공서비스디자인과 디자인씽킹 캠프에서 보던 그림이다. 느낌도 좋고, 시장님의 출범의도 및 미래 부산의 비전까지 함께 듣는 뜻깊은 자리였다.
이후 시민참여단을 활용(?)한 행정은 이 단어로 설명이 된다. 슬로건 3개를 주요 지하철역에서 시민들에게 스티커로 의견을 받았다. 이는 참 의미 없는 행위지만, 일부 디자인결정과정에서 이만큼 편한 방법이 없다. 여지없이 이번에도 사용되었다. 사전에 공모전도 거치는 과정도 있었지만, 후보 3가지는 활동을 하는 시민참여단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시민들 중 많은 분들은 이전 다이내믹부산을 그대로 유지하라는 말씀도 많았다. 세부적인 슬로건에 대한 설명은 차치하겠다. 그만큼 많은 이견이 존재한다. 브랜딩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디자인은 이렇게나 어려운 과정이 있다.
이후에는 행정에서도 일정이 겹쳤는지, 디지털약자인 어르신들에게 신규 도시브랜드를 알리는 활동을 했다. 짐작컨대, 어르신 비율이 높은 부산에서는 투표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계층에 어필하고자 한 의도도 있다고 판단했다. 뭐 어쨌든 이런 정보를 쉽게 접하기 어려운 어르신들께도 의견을 여쭙는다는 콘셉트는 그 자체로는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단계부터는 힘이 빠지는 것을 체감했다. 슬로건 선호도 조사에 동참하던 공무원들은 빠지기 시작했고, 리스트에 있던 각 구 별 노인정이나 경로당에는 사전 방문을 한다는 연락이 일절 없었다고 했다. 분임원들과 방문을 하니 무슨 일이냐는 반응과 사전 연락도 없이 누구 허락을 받고 이렇게 불쑥(?) 찾아오느냐는 말씀을 했다. 좋은 의도에서 참여하는 자원봉사자 입장에서 볼 때는 어땠겠는가? 이런 행정이 어디 있나. 경로당이나 노인정 대표나 회장께 문자라도 보냈으면 되지 않았겠는가?
이후 디자인 시안이 "최종"이라는 타이틀을 걸로 급작스럽게 나왔다. 이는 중간에 시 담당공무원에게 슬로건, 디자인시안의 작업진행 여부를 물었던 것을 근거로 한다. 이 말대로라면, 이 최종시안은 최대 한 달 정도가 걸린 것으로 추정한다. 디자인 전문가 입장에서 보는 이 최종시안은 최종이 아니다. 전문가는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이게 많은 고심이 들어간 시안인지, 들러리 시안인지. 혹은 최선은 다했지만, 능력의 최대치가 아주 낮거나, 경험이 부족한 것인지 말이다. 게다가 노인정에서 스티커 투표를 받는 디자인 설명시안은 크기가 눈곱만 했다. 양심 상 크게 못한 것인가.. 보통은 디자인 3가지 시안 중에서 투표나 의견을 받으려면, 최대한 크고 선명하게 시안을 보여주고, 콘셉트나 의도를 잘 정리하지 않은가!
부산시에서는 아마 3월 중순을 조금 넘기면 위 3가지 시안 중에서 하나를 선정해서 선포식을 할 계획으로 들었다. 메가시티 도시브랜드가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이다. 참고로 맨 위에 있는 1번 시안의 콘셉트는 인공지능 이미지로 부산을 구현했단다.. 도대체 왜? 2번과 3번도 활용성을 감안한 디자인콘셉트라고는 쓰여있다. 최종적으로 선정이 되면, 부산을 상징하는 모든 상징물은 저 시안으로 바뀌게 된다. 공문서부터 시작해서 홍보자료로 막대한 예산이 사용될 것이다. 한 편으로 또 걱정이 되는 것은 부산이 16개 구군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광역지자체가 하는데, 혹시라도 기초지자체가 따라서 자기들도 바꾸려고 할까 하는 걱정이 드는 건 왜일까...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는 정들었던(?) 부산시 로고와 슬로건을 보면서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아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