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거 어떨까, 나는 좋던데
시절이 수상하다. 사회가 그렇고, 경제도 그렇다 보니 내 삶도 팍팍함이 밀려온다.
누군들 아닌 사람을 찾기 어렵다. 많고 적음이 있을 뿐이지 겪어내야 하는 힘듦은 저마다에게 찾아온다.
그러다 보니 여유가 없는 게 당연하다. 가장 큰 것이 마음의 여유 아니겠는가? 남을 돕는 것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데도 남을 나보다 우선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더욱 존경할만하다. 쉬운 일이 아니다.
디자인은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하다.
수면 위의 백조는 우아하지만 수면 밑은 난리도 아니다.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까지 공감하기에는 내 삶의 여유가 너무 박하다. 그러다 보니 쉽게 나오는 평가나 의견은 부정적이기 일쑤다. 많은 생각이나 고민보다는 즉흥적인 평가는 쉽다. 생각난 대로 머리에서 가슴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입으로 출력된다. 어떤 디자인은 과정이 거칠고 힘들수록 결과는 우아하고 아름답게 정리된다. 어쩔 수 없는 선 투자는 아름다운 결과를 보장하는 일종의 바로미터가 되는 셈이다. 그걸 본인이 가장 잘 안다. 알고 있어도 타인의 시선은 필요하기에 상처투성이지만 기꺼이 생채기를 보여준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어떤 평가를 하려면 2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명확한 기준이고 다른 하나는 정확한 데이터다. 명확과 정확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에만 합리적인 의견과 발전적 견해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디자인의 결과물은 다양한 형태로 나온다. 제품이기도 하고, 서비스기도 하다. 혹은, 정책으로 나올 때도 있고, 몇 장의 보고서가 마지막 단계이기도 하다. 명확한 기준인 RFP(요구조건, Request For Proposal)은 이해하기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다. 최종 결과물을 향해 나가는 가이드가 된다. 정확한 단계 별 고심과 번복과 결정의 과정등은 상처투성이다. 이 명확과 정확이 합을 이룰 때 우리의 눈은 아름답게 유영하는 한 마리 백조를 본다.
이유 없는 칭찬은 왠지 불안하다.
의미 없는 친절은 돼지고기 까지라는 농담이 있다. 소고기를 사는 것은 뭔가 명확하게 원하는 게 있다는 말이다. 역시 우리는 해학의 민족이라는 표현으로는 조금 약하다. 센스도 겸비한 그야말로 문무를 갖춘 민족이다. 그러나 반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유 없는 응원과 격려다. 생각해 보자. 우리는 이런 응원과 격려가 없다시피 한 각박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 대상이 디자인이 되건, 진학이 되건, 취업이 되건 뭐가 됐든. 부정적인 말이나 표현을 하는 것은 아주 단순하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면 된다. 그러나, 긍정적인 말이나 표현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렇게까지도 필요 없다. 영혼이 1도 없더라도, 그 영혼 없는 껍데기뿐인 응원과 격려라도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시너지를 가져온다. 가장 가까운 관계인 가족이나 연인, 친구가 때로는 가장 힘 빠지게 만드는 주요 등장인물이 된다. 한 번 이 어려운 것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공부, 취업, 연애, 사업, 결혼, 우정, 일, 운동 뭐든지 내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한 번 이유 없는 응원과 격려를 쏟아보자. 이런 표현이 몸에 밴 사람을 여럿 본다. 건강한 생각과 예쁜 마음은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말에서 향기가 나고 표현에서 품격이 풍겨왔다. 거기에 더해, 반응은 보너스에 보너스를 더해 본인에게도 홍수처럼 밀려올 것이다. 어려운 시대, 돈 안 드는 비타민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