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천국의 맛

씽씽이를 볼 때면

내 아이는 비인가 대안학교를 졸업했다.

by 시현

우리 원이 있는 아파트는 새로 지어져서 지상공간에 차량이 다니지 않는다.

아이들은 대부분 걸어서 오거나 씽씽이를 타고 등하원을 한다. 그걸 타고서 아파트 단지를 자유로이 누빈다.

해가 길어지는 여름날이면 하원을 한 아이들이 다시 놀이터에 삼삼오오 모여 논다. 놀이의 끝은 어린이집 벨을 누르고는 씽씽이를 타고 도망 것이다. 씽씽이가 재미없어진 7세 하준이 두 발 자전거를 타고 화면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차량 운행이 없는 우리 원의 등하원은 심플한 편이. 나마 다행이라 느껴졌다.

전에 유치원에 근무하던 샘이 보조교사로 일 한 적이 있었다. 삼십 대 초반임에도 디스크가 있다고 해서 나는 랐다. 유치원에 근무할 때 차량지도 몇 년 하고 나니 이리되었다고, 유치원샘들에게 흔한 일이라 했다.

그날 집에 걸어가면서 익숙한 장면이 떠올랐다. 매일 차량을 타던 내 아이... 매일 내 아이를 들어 올린 선생님들...




여섯 살 지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과 어린이집 주변을 늘 걷거나 씽씽이를 타고 다닌다. 내가 사는 곳도 이 동네라서 가끔 슈퍼나 편의점에서 만나기도 한다.

그렇게 걷고 달리며 생활하는 지호는 건강한 아이다.

밥도 잘 먹는다. 씽씽이를 타고 달리는 지호 뒷모습을 볼 때면 기분이 묘하다.

이미 제출한 답안지 정답이 그제야 아니라는 걸 알아버린 기분이랄까?


책에서 보니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는 장소를 저장하는 세포가 있다고 한다.

우리의 기억 속에 항상 배경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또 다른 책에는 사람이 중력을 거스르고 걷는 행위가 기억과 인지력에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그래서 우주에서 붕붕 떠 있던 우주인이 지구에 오면 한 동안 인지기능이 떨어지는데 바로 그 때문이란다.

영아기의 기억상실이 걸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한다.


아이들의 기억이 장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해 볼수록 의미가 있다.

주변환경에 대한 정보가 기억뿐 아니라 내가 안전하다는 감정 토대를 만들어 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걷고, 씽이나 자전거를 타면서 주변의 지도를 몸으로 체득하는 건 참으로 중요하다.


지호의 머릿속에는 집을 중심으로 동네 지도가 엉성하게 그려져 있을 것이다. 지도는 점점 분명해지고, 세밀해질 것이다.

하루 일과가 비교적 긴 맥락으로 기억되고, 그 기억 속 배경도 선명할 것이다. 지호는 분명 기억력이 좋 것이다. 또 내 주위는 비교적 안전하다 느낄 것이다.

아이는 그렇게 키워야 한다.


답안지는 이미 수도 없이 제출했다 난.



나는 열혈엄마였다.

내 아이를 5살 때부터 영어유치원에 보냈다.

미술은 3살부터 시켰다.

피아노와 발레도 배우게 했다.

가베수업도 하고 테스트를 거쳐야 다닐 수 있는 사고력 수학학원을 보냈다,

수영과 피겨스케이트도 했다. 방학에는 영어 단기 캠프나 특강을 수강하 다녔다.

차량 이용이 안되면 내가 픽업을 했다. 흔하지 않은 특기 하나 정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주말엔 홍대 근처에서 탭댄스도 배우게도 했다.

한마디로 별 지랄을 다 했다.


내 아이는 올해 비인가 대안학교를 졸업했다.

사이에 어떤 접속어를 넣어야 할까?

그래서.....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 밥을 해주며 난 이따금씩 이 질문을 던져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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