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천국의 맛

아이들은 스며든다

돼지고기채소볶음과 돈육불고기와 제육볶음

by 시현

평소 말수가 적은 서진이가

복도에서 내 옆에 따라오더니

"어제 에버랜드 갔었거든요..."

하는 것이다. 좀 뜬금없었지만

"진짜?"

놀란 듯 물었다.

"네... 올 때 차가 막혀서 집에 늦게 왔어요"

"어 그래?"

그러더니 사물함에 있는 가방에서 뭔가를 찾으며 말을 이어갔다.

"거기서 산 거 보여 드릴까요?"

가방 속에서 필통 하나를 꺼냈다.

"와아"

나의 반응에 서진이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 흐뭇해하고는 다시 가방 안에 넣었다. 그 후로 서진이는 우리가 특별한 사이인 양 그렇게 말을 걸어왔다.

솔기도 빨강 스프링에 노랑 속지의 수첩을 내게 보여 주었다.

내 아이도 아끼는 물건을 꼭 유치원에 가져가곤 했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보여을 것이다.

나는 복도에서 서진이나 솔기를 마주치면 눈빛살피게 되었다.

언제 "어제는요..." 하며 말을 걸어올지 모른다.




시인 박노해는 재미와 행복은 스며드는 거라 했다.

스며들게 하는 건 또 있다. 바로 아이들이다.

들은 스며든.

그리고 나도 아이들한테 스며들었다

매운맛으로....



우리 원 아이들은 매운 걸 잘 먹는 편이다.

다른 어린이집과 비교는 안 해봤지만 샘들과 아이들이 한 음식을 먹어도 불편함이 없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된 데는 나의 전략이 있었다.


새로운 원아가 많은 학기 초에는 가장 기본적인 양념에 연령별로 조금씩 달리하여 나간다. 아이들의 적응 시기가 끝나면 메뉴에 따라 매운맛을 조금씩 추가한다. 고추기름으로 시작해 아주 조금씩 고춧가루와 고추장의 양을 늘려다.

이때 샘들에게 오늘 제육볶음은 약간 매울 수 있으니 배식할 때 멘트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런 걸 잘하는 샘들이 있다.

"애들아 너희 혹시..... 야악간 매운 것도 먹을 수 있어?"

이렇게 운을 잘 뛰어주면 아이들은 거의 불닭이라도 먹을 것처럼 말로 경쟁하기 시작한다.

"네 저는 라면도 먹어요"

"저는 빨간 떡볶이도 잘 먹어요"

"저는 매일매일 매운 거만 먹어요"

물론 다 뻥이다.

아이들이 말한 만큼의 매운 건 못 먹는다.

단지 자존심이 두려움을 이기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일단 먹어 보는 것과 입에 대지 않는 건 차이가 크다.

"매운데 맛있데요. 나중엔 더 달라고 하더라고요"

샘들이 전한다.

잔반량을 확인해 보니 평소와 비슷하다. 이러면 오케이다. 여기까진 됐다. 이렇게 조금씩 늘려 가면 나중엔 4세 아이들도 매운 걸 곧 잘 먹는다.


여름이 지나면 돼지고기채소볶음과 돈육불고기와 제육볶음을 다르게 먹을 수 있다. 또 두 가지 버전의 어묵조림과 오징어 채소볶음도 된다.


겨울이 되면 나는 요리하기가 편해진다.

이쯤 되면 다 잘 먹는다.

내가 봄부터 아이들에게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