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 조리 배식 잔반은 연결되어 있다
원장에게 평균 발주금액을 물었다.
그리고 맞춰주었으면 하는 금액이 있는지도 같이 물어보았다.
".... 글쎄요... 적게 나올 때도 있고 많이 나올 때도 있어서... 1인당 3300원... 그 정도에 맞추면 될 것 같아요."
조리사가 먼저 발주금액 얘기를 하는 경우는 없어서 그런지 원장은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예산자체가 적어서 1인당 3300원이면 조금 빠듯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 선에 맞춰보기로 했다.
첫 달은 양념을 바꿔야 해서 조금 더 나올 거라고 말해두었다. 원장은 알았다 해놓고는 수시로 발주처 앱에 들어가서 구매목록을 확인하고 가끔은 내가 담아 넣은 것을 빼기도 했다.
"하루금액에서 너무 오버한 것 같아 제가 그건 뺐어요"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조리사가 직접 발주를 하지 않고, 품목을 수기로 써주면 급식담당샘이 했다고 전했다. 급식담당샘과 원장까지 발주에 관여하니 식재료에 일관성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한 달 단위로 봐달라고 말하고, 첫 달 금액을 간신히 맞추었다.
두 번째 달은 발주금액이 남아서 사고 싶은 양념- 자연버터 쯔유 국산콩된장-을 샀다.
원장은 더 이상 발주앱에 들어가지 않았고, 조용히 월말에 결재만 하였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1일 급식비는 영아 2200원~2500원, 유아는 2800원~ 3300원선(지역마다 다르다)으로 책정되어 있다.
보통은 여기에 성인인 보육교사의 식비를 감안해 운영비에서 조금 더 지원한다. 1인당 3500원에서 많게는 4000원 꼴로 계산하여 월 급식예산을 잡는다.
점심과 오전 오후 간식이 포함된 것이니 현재 물가를 고려하면 빠듯한 금액이다.
그러면 지속가능한 기준의 좋은 식재료를 구매하면서 원장이 원하는 수준의 발주금액을 유지하는 게 가능할까?
이제껏 나는 가능하였다.
영업비밀을 공개하자면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적정한 양을 조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동그랑땡이 1.7kg가 필요하면 1kg짜리 두 봉지를 다 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감자를 3개만 넣어도 되는데 한 봉지에 4개 있다면 다 넣고 조리하는 식이다.
모자라는 것보다 남는 게 낫다는 생각과
재고를 다시 밀봉하여 라벨링을 해야 하는 수고 때문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필요한 양보다 조리한 양이 많아진다.
급식은 워낙 많은 양을 조리하다 보니 이런 미세한 조정을 귀찮아하는 경우가 있는데, 봉지를 털어 없애야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조리사의 일이 많아지는 건 사실이다.
조리할 양을 계산하는 데 있어서도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매일 아침 출결인원을 파악해서 조리할 양에 반영하긴 하지만 아이들이 선호하는 메뉴나 활동량에 따라 실제 먹는 양은 차이가 난다.
또 어떤반에서는 모자란 음식이 어떤 반에선 남는 일도 다반사다.
조리사가 한 어린이집에 오래 근무하다 보면 그 차이를 줄일 수 있지만 그래도 가끔은 부족한 날이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
"저희 반은 너무 잘 먹어서 좀 부족했는데 옆반에 남는 게 있어서 가져다 먹었어요."
"두 번씩만 먹고 정리했어요."
라고 하는 샘들이 있는 반면
"더 없어요? 찬우가 계속 더 달라는데..."
"저희 반은 무조건 많이 주세요."
라고 하는 샘들도 있다.
가끔 생기는 부족함을 견디지 못하는 샘들의 요구 때문에 조리사는 양을 넉넉히 잡게 된다.
대충 계산해 보니 20%를 더 해야만 여러 변수에도 불구하고 부족하지 않을 넉넉한 양이 되었다.
나머지 부족하지 않은 날은 20%의 음식이 추가로 버려지는 셈이다.
한 달 발주 금액이 300만 원이라면 60만 원이 버려지는지는 것이다. 60만 원이면 더 질 좋은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부실급식 얘기가 나올 수 있으니 단가를 20% 낮추어 양을 늘리는 쪽으로 기운다
나는 이 부분을 알리고 설득시키는 편이다.
가끔 있는 부족함을 견디지 못하는 샘들은 아이들이 더 먹겠다는 걸 못 먹고 혹여 집에 가서 말하면 어쩌나는 걱정 때문인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몇 번이고 더 달라고 하는 것들은 오후간식 중 머핀이나 딸기잼식빵 꿀호떡 시리얼 같은 것들이다.
이런 오후간식을 아이들이 선호한다고 해서 원하는 만큼 다 주는 건 건강한 급식지도가 아니라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잔반은 일단 배식하고 남거나 아이들이 먹다 남은 음식인데 이 잔반을 줄이는 일이 두 번째이다.
잔반은 어쩔 수 없이 생기게 되는 것이긴 하지만 너무 많이 나온다면 그건 조리사가 만든 음식이 아이들에게 잘 전달되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잔반을 줄이려면 배식을 하는 담임교사와의 소통이 필요하다.
"멸치볶음보다 멸치조림을 저희 반 아이들은 좋아더라고요, "
"저희 반 아이들이 오늘 짜장밥을 아주 잘 먹었어요. 저도 너무 맛있어요, 조리사님."
보육교사 자신이 먹는 걸 좋아하고 관심이 많으면 급식에 대한 피드백도 구체적이고 세밀하다.
그렇지 않은 샘들에게는 조리사가 먼저 물어보는 것이 좋다.
"지난번 생선은 다 먹었던데 오늘은 좀 남았네요?"
"네, 저희 반 아이들은 구이는 좋아하는데 조림은 좋아하지 않더라고요."
이런 대화가 꾸준히 오가면 조리할 양을 예측하고 분배하는데 도움이 된다.
결국 발주와 조리, 배식과 잔반, 잔반과 발주는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