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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현 Feb 08. 2023

3. 비 오는 날에는 왜 수제비를 해 먹을까?

요리가 힘든 이유

나도 이삼십 대에는  오는 날 좋았다. 가 오면 없던 약속도 만들었다.

요즘은 주말에 비가  개들 산책도 못고, 탁기 돌리기도 좀 그렇, 재활용쓰레기 버리기도 뭐 하고... 

아무튼 촘촘했 일과 이가 몇 개씩 빠진 기분이 든. 오후에 비가 온다고 하면 아침부터 부지런을 다. 그러다가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여유가 생긴다. 


수제비 생각이 났다.

비가 오는 날엔 골목 평상으로 매일 가던 마실도 못 가고  빨래도 못하는 시절이 있었다.

그런 날이면 엄마는 멸치육수에 수제비를 한 냄비 끓여 내왔다. 반죽을 좀 떼어 언니와 나에게 나눠주면 우린 그걸 새까매지도록 쪼물딱거리며 놀았다.




멸치육수를 올려놓 반죽 재료들을 꺼냈다. 어린이집에서는 기본 3색으로 반죽을 했다. 5색으로도 해봤다. 단순하고 담백음식일수록 색을 달리 해 시선을 붙잡아야 한다.

당근과 시금치로 즙을 내어 반죽을 해 두고 호박감자 그리고 마지막에 넣을 대파를 썰어두었다. 그리고는 잠시 딴짓을 한다. 쉬엄쉬엄 도 된다는 게 수제비특징이다.

한 시간쯤 지나서  놓은 반죽을 한번 더 치댄다. 표면이 매끈해지면 썰어놓은 채소들을 끓은 육수에 넣은 후 슬슬 떼어내기 시작하면 된다. 마지막에 대파를 넣고 소끔 끓이면 끝이다. 수제비는 김치만 있으면 따른 반찬이 필요 없. 그리 어려운 음식은 아니다.

그렇다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숨 고르며 할 수 있는 음식은 더 아니다. 느긋한 마음이 생겨나야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인 것이다.

".... 이래서 비 오는 날 수제비를 해 먹는구나..."


집에서는 수제비를 해 먹은 적이 별로 없다.

'수제비를 해 먹을까?'

갑자기 먹고 싶은 적은 많았다.

육수에 뭘 넣지?... 멸치 있고... 뭘 넣고 끓여야 국물 맛이 좋을까?.... 집에 밀가루가 있던가?.... 없으면 사 와야 되네... 그럼 육수를 내고... 밀가루 사다 반죽을 해놓고.... 얼마나 둔다 하더라... 레시피를 찾아볼까?... 맞다 야채도 넣어야지... 감자와 호박... 근데 반죽할 때 물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 거지?... 복잡하구만... 그것만 있나 또 치우고... 그냥 나가서 먹는 게 편하겠네...  사 먹는 게 훨씬 싸게 쳐..

이내 관두기로 한다. 이렇게 머릿속에서 손으로 넘어오지 못한 음식은 많았다.

손에 익은 음식만 해 먹고 산 것이다.


어린이집에서 식단에 따라 조리를 하다 보면 그동안 안 해봤던 음식이 다. 막상 해보면 쉽고 맛있다.

매생이 전, 채소전, 고구마튀김, 메밀국수, 맛탕, 연근강정 등....

채소전

카톡프로필에 간간이 올린 사진을 본 선생님이 어느날내게 물었다. 

"집에서 어떻게 일일이  먹어요? 그러고 싶은데 그거 또 해 먹고 치우고 할 생각하다 보면 에이 그냥 사서 먹자 그러게 되더라구여" 

대답을 듣고 싶어 묻는 건 아니였을 것이다.  말을 듣자 나는

나한테 묻고싶어 졌다. 어떻게 지금처럼 하게 됐냐고

내 모습을 떠올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생각을 하면 안 돼요... 

그냥 무작적 주방으로 가서 앞차마를 두르고 장고 문을 열어요.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재료를 꺼내요."




그랬다.

나도 아침이면 침대에 누워 아침밥을 뭘 하까를 생각하다가 그냥 관둔 적이 많았다. 요리뿐 아니었다.  배울까? 뭔가 도전해 볼까? 하다가 생각만으로 끝나버리곤 했다.

'용이 얼마나 들라나... 나이가 좀 으니 기본만 배우는데도 오래 걸릴 거야..... 좀 더 알아보고 나중에 시간 되면 하자.....' 그랬던 일들이 수도 없이 많다. 생각을 아주 많이 해서 시작한 건 기대치가 높아 오래가지 못했다. 어설프게 하는 건 성에 안 찼다. 뒤따라하는 느낌도 싫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게 생각 속에 있었고 평가잘할 뿐 할 줄 알는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생각이라기보다 계산이라 해야겠지만.


언젠가부터 계산보다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 움직이면서 계산하기로  것이다.

작은 것부 시작해 보고, 따라 해 보기로 했다.

어느 날 그런 계시가 떨어져서는 아니고 갑자기 변한 것도 아니다. 시간이 걸렸다. 리고 여전히 과정 중에 있다. 조금만 총기가 떨어지면 요즘도 계산만 하고 앉아있다. 정신을 가다듬고 계산을 멈추고 일어다.


그래서...

브런치이렇게 글을 쓰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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