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의 사랑

by 시현

"... 뚜앙이는 좀 어때?"

몽이 얘기를 전해 들은 지인들이 하나같이 묻는다.

" 뚜앙이? 뭐 그렇지 똑같애."

".... 아무렇지 않아?"


인스타를 너무 많이 봐서 인지 사람들은 매일 문 앞에서 새끼를 기다리기는 어미개의 스토리를 기대하는 것 같다.


뚜앙이는 몽이가 죽은 이후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별 다르지 않다.

일단 몽이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건 인지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음과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번 몽이가 쓰러질 때도 뚜앙이는 일주일이 지나서야 몽이의 상태을 알은 듯했다. 그것도 단지 그뿐이다. 몽이가 예전처럼 걷지 못한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걸을 수 없는 질병이라 건 유추할 수가 없다. 그래서 슬프지 않은 것이다.

사람이 그 상황에서 하늘이 무너지는 건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것을 예측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게 고통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학습해서이다.


그럼 무엇을 생각할까? 무엇을 느낄까? 뚜앙이는 새끼가 계속 눈에 보이지 않는데 아무렇지도 않을까? 나도 궁금하긴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실 책상에 앉아 책을 읽다가 앞에 있는 몽이의 사진을 보며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몽이야 네가 없으니까 엄마가 말이 줄었다. 몽이 너한테 잔소리하는 재미로 살았나 봐"


그때였다.

베란다에 있는 의자에서 쉬고 있던 뚜앙이가 후다닥 뛰어 내려와 나에게 왔다.

몽이라는 이름이 들리자 몽이가 다시 돌아온 줄 안 것이다. 나는 그제야 뚜앙이가 몽이를 기다리고 다는 걸 알았다.

뚜앙이는 몽이를 계속 기다린 거였다.

뚜앙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을 것이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밥 먹고 기다리고, 하룻밤 자고 기다리고, 새 맘으로 기다리고, 이제껏 기다린 것 잊어버려서 기다리고....




뚜앙이는 내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주방에 있으면 뚜앙이는 멀지 감치 떨어져 나의 부산한 움직임을 따라 눈동자를 굴리곤 했다.

물소리, 도마질소리, 냉장고를 열고 닫고,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하고.... 이 모든 게 내가 먹을 것을 만들고 있다고 이해하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검은 가마솥에 밥을 하고 나서 누룽지를 긁는 소리가 들리면 뚜앙이는 누룽지를 달라고 몽이를 달고 왔다. 한 귀퉁이를 떼어 한 입씩 주면 오도독오도독 소리를 내며 먹었다.


뚜앙이가 제일 싫어하는 건 내가 책을 읽을 때이다.

한 자세로 움직이지 않고 계속 있는데 암만 봐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무릎에 올라가 얼굴을 쳐다보면 잠깐만 하며 자신을 옆으로 밀어내는데 그 이유도 알 수 없다.


휴대폰을 보는 건 그래도 이해를 하는 듯했다. 빛이 나오고 화면이 움직이니 뭔가를 보고 있다고 이해하는 것 같은데 책은 글이라는 걸 알 수 없으니 당최 이해가 안 가는 모양이다. 가만히 있으니 나랑 놀아줘도 되겠네 하는 것 같다.

내가 자기를 쳐다보고는 다시 책을 보고 있으면 뚜앙이는 내 옆에서 기다린다. 그리고 한참 후에 다시 와서 책과 내 사이에 끼어들고 앉아 내 얼굴을 마주 본다.

내가 같은 거절을 해도 "아까도 그랬으면서" 하는 마음이 없어 보인다. 다시 기다린다.


그 기다림은 고요한데도 내 맘에 울린다. 하던걸 멈추고서는 물을 좋아하는 몽이는 욕조 넣어주고 뚜앙이에게 공놀이를 해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꼬리를 치며 반긴다.


나는 미안한 마음을 희극적으로 만든다. 내가 뚜앙이라면 느꼈을 감정을 말풍선에 담아보는 거다.

"에고, 그거 쪼금 놀아 주고 엄청 생색내시네...

설마 오늘 산책을 이걸로 때우시는 건 아니겠지?"

그리고는 내가 다시 대답을 한다

"엄마가 내일은 꼬옥 진짜 꼬옥 산책해 줄게 약속."


몽이에게 가서 몽이를 씻긴다. 눈에 낀 눈곱에 다시 미안해져 제3의 인물까지 등장시킨다.

"에구 이런 나쁜 엄마 같은 이라고....

유기견이 따로 없구먼..."

몽이와 뚜앙이를 씻기고 드라이기로 털을 말려주고 빗질까지 하고 나면 개들에겐 서운함이 다 날아가고 없다.


개들은 비교가 없고 비아냥도 없다.

늘 현재의 마음만 움켜쥐고 산다.

말 없이도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건 개들의 이 기다림 때문일 것이다.

개들의 기다림이 바로 사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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