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디 Aug 17. 2018

도나를 도나답게 하는 것

영화 <맘마 미아! 2>(2018)

  10년 전 <맘마 미아!>(2008)을 굉장히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매우 어렸던 10대의 나는, 당시만 해도 메릴 스트립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것은 물론 젊은 커플이 주인공이 아닌 이야기를 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당연히 아바(ABBA)에 대한 배경 지식도 전무했다. 그렇게 어느 것 하나 확신하지 못하고 의구심을 가득 안은 채 영화를 봤다. 그리고 결과는? 감히 말하건대 <맘마 미아!>는 ‘청춘들의 이야기’만을 당연하게 소비해 오던 어린 나에게 ‘어른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거기에 메릴 스트립이 함께 한다면 얼마나 더 완벽해지는지 알려준 작품이었다. 그리스의 눈부신 섬, 수십 년 만에 그곳을 다시 찾아온 세 남자들에 놀라 허둥대는 도나(메릴 스트립)의 모습. 하지만 얼굴에 이내 수줍은 미소를 띄우며 노래하던, 헐렁한 멜빵바지 차림의 그녀를 결코 잊을 수 없다. ‘맘마 미아! 또 시작이네. 내가 어떻게 당신을 거부하겠어! (Mamma mia, here I go again. My my, how can I resist you!)’



‘맘마 미아!’가 돌아왔다. 메릴 스트립은 없다.


  사실 도나(메릴 스트립)의 죽음을 전제로 한 채 2편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만해도 아주 불가능한 전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스크린에서 메릴 스트립의 빈 자리를 마주하고 나니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었다. 영화 후반부에 짧게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녀의 도나를 벌써부터 ‘추억’하려니 아쉬웠달까. 자연스럽게 그녀의 자리를 채워야 했던 건 다른 두 여배우다. 릴리 제임스(젊은 도나 역)와 아만다 사이프리드(소피 역)가 그들이다. 말할 것도 없이 두 사람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특히 나는 <맘마 미아! 2>(2018)를 통해 릴리 제임스의 생동감을 재발견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릴리 제임스의 도나와 메릴 스트립의 도나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이 이질감이 배우 개인의 역량보다는 <맘마 미아! 2>가 내린 일종의 ‘결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꼭 그 이야기여야 했을까.


  그 결정이란 <맘마 미아! 2>가 취사선택해 재현해야 했던 과거에 대한 것이다. 전편(前篇)은 도나의 젊은 날을 이야기의 한 축으로 전제한다. 하지만 이를 굳이 회상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맘마 미아! 2>에서 그날의 일들을 재현하기로 한 것이 그리 놀랍지는 않다. 영화는 도나가 학교를 졸업한 후 그리스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 전반을 그린다. 그러면서도 샘(피어스 브로스넌/제레미 어바인), 빌(스텔란 스카스가드/조쉬 딜란) 그리고 해리(콜린 퍼스/휴 스키너)가 어떻게 도나의 삶에 들어왔는지, 그들에게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를 설명하는 데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인다.

  1편은 꽤나 묘한 작품이었다. 마치 엄마가 딸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엄마가 과거의 이야기를 늘어 놓기만 하는 해설자가 아니었다. 그녀 자체로 이야기의 중심이며 서사를 이끄는 주역이었다. 도나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그녀가 다른 무언가에 의지하지 않으며, 온전히 삶의 주체성을 가진다는 데 있다. <맘마 미아! 2>에서 젊은 도나의 과거와 교차되는 현재의 이야기는 소피가 엄마의 호텔을 되살린다는 내용이다. 소피는 이미 전편에서 아빠일지도 모르는 세 남자를 섬으로 초대한다는 점에서 엄마 못지 않은 대담함을 보여준 전력이 있다. 나는 호텔의 부활이, 이 주체적인 모녀의 접점으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교차하는 나머지 이야기가 아쉽다. 젊은 도나는 우연히 당도한 낡은 집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집주인으로부터 이 집을 말끔히 고쳐준다면 그곳에 계속 살아도 된다는 허락까지 받는다. 하지만 영화는 이에 대해서는 짧게 언급하고 지나갈 뿐 도나가 이 집을 위해 들인 노력과 애정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묘사하지 않는다. 이미 전편을 통해 다 알고 있는, 사각관계 러브 스토리에 대한 장면적 재현이 줄을 이을 뿐이다. <맘마 미아!> 시리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오는 건 단연 아름다운 섬과 모든 이야기가 펼쳐진 집 한 채다. 어찌 보면 영화의 가장 큰 주역 중 하나일 수 있는 공간에 대한 대우가 아쉽다. 도나를 가장 도나답게 만든 선택은 그녀가 이곳으로 뛰어들었다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바의 명곡에 뮤지컬적 구성을 맞춰야 하는 작업이 시나리오에 상당히 많은 영향력을 끼쳤을 것이다. 그리고 <맘마 미아! 2>로 처음 이 시리즈를 접한 관객들에게 영화는 이미 그 자체로 충분히 따뜻한 가족 이야기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전편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전편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이번 작품 역시 다르게 다가올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역사의 소용돌이 안에서 중심을 잡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