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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디 Oct 20. 2018

펭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진 않아

브런치 무비 패스 #03 - 영화 <펭귄 하이웨이>(2018)

펭귄, 포스터, 팜플렛. 거기에 팝콘통까지. 무비패스 시사회 당일, 어디를 가나 눈에 띄는 것은 단연 '펭귄'이었다. 제목부터 <펭귄 하이웨이>인 이 영화는 관람 전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내용을 간추리자면 다음과 같다. 실제로 똑똑하며 스스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소년 '아오야마'가 있다. 그는 마을에 펭귄이 대거 출몰하는 이상 현상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다. <펭귄 하이웨이>는 그 과정에서 아오야마와 동급생 친구들 그리고 짝사랑하는 누나 사이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았다.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해 시선을 강탈하는 펭귄들이다. 인물 간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사건이 전개되고 있을 때에도 펭귄들은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뒤뚱뒤뚱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특유의 귀엽고 어리숙한 매력을 뽐낸다.



다른 하나는 복잡한 문제를 풀어가는 아오야마의 '연구 방식'이다. 실제로 영화 속 인물들부터 '연구'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이는 아오야마를 중심으로 한 연구단원들이 쏟는 노력과 관심이 결코 어른에 비해 가볍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비록 어린 아이지만, 마을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대하는 아오야마의 태도는 그 어떤 고학력 연구자의 그것보다 진중하다. 다만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자체가 워낙 어렵기도 하고 (어른 연구자들조차 끝내 속시원히 해결하지 못하므로), 시야의 한계로 인해 자주 막다른 길에 부딪힌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오야마는 언제나 반짝이는 가르침을 주었던 아버지의 말을 되새기며 연구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아이의 관점을 유치한 것으로 치부하거나 우스꽝스럽게만 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펭귄 하이웨이>의 매력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있다. 소년 아오야마가 짝사랑하는 누나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감독은 마치 이를 아이의 순수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포장하고자 한 듯하다. 하지만 아이의 눈을 빌렸을 뿐, 그것은 성인 남성이 성인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제껏 수많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아오야마가 애틋한 감정을 갖는 이 여성 캐릭터는 작품 속에서 가장 핵심적인 키를 쥐고 있는 인물임에 틀림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그것은 영화 자체가 그녀를 관음의 대상으로 규정짓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시선을 받지 않는 한 스스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인물이 되어버렸다. 그 점이 몹시 아쉽다.



이 영화에서 펭귄이라는 동물이 선사하는 맥락성과 친근함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펭귄이 모든 걸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만큼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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