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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디 Nov 14. 2018

이 귀여운 존재의 탐구의식은 별 것 아닌 게 아니었다

브런치 무비 패스 #04 - 영화 <베일리 어게인>(2018)

‘견생 4회차’. 참 시대를 잘 만나, 잘 탄생했다 싶은 귀여운 카피다. <베일리 어게인>이라는 한국 제목과도 잘 어울린다. 주인공은 개로 태어나 죽음을 맞이하고, 다시 또 다른 개로 태어나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매번 새로운 주인을 만나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럼에도 언제나 자신의 첫 주인이었던 ‘이든’과의 기억을 놓지 않는다. 설령 그것이 흘러가는 시간 탓에 희미해질 지라도 말이다.



영화의 원제는 <A Dog’s Purpose>다. ‘개의 목적’. 처음 들었을 때에는 직관적이지도, 한국 관객의 구미를 크게 당기지도 않는 제목이다. 이것이 조금 더 친근한 느낌이 드는 <베일리 어게인>이라는 한국어판 제목이 탄생한 연유일 것이다.



<베일리 어게인>이라는 제목이 부드러운 어감을 형성했을 지 모른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영화를 기억하는 하나의 구심점을 만들어 주기에는 다소 아쉬운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주인공 베일리는 ‘새로운 개의 일생’을 살게 될 때마다 자신이 다시 태어난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한다. 사실상 이 이야기는 베일리의 물음을 따라가는 여정이며, 원제가 시사하듯 ‘개가 살아가는 목적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영화다. 분명 <베일리 어게인>이라는 제목만으로는 상기시키기 쉽지 않은 스토리 라인이다.



영화의 끝에 이르러, 결국 베일리는 자신의 ‘목적’을 발견한다. 4번의 견생 동안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물음이 해소되는 순간은 공교롭게도 베일리가 가장 그리워했던 이와 진실로 마주하게 되는 때이다. 베일리는 그 어느 때 보다 행복해 보인다. 보는 이 역시 뭉클해지는 엔딩이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그 ‘목적’이 다소 인간의 관점에 맞춰졌다는 점이다. 수없이 새로이 태어났지만 베일리가 인간에 의존적인 존재라는 사실은 크게 변함이 없었다. 환생과 새로운 삶은 베일리를 좀 더 다채롭고 심도 있는 캐릭터로 다룰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설정이었다. 그저 ‘반려견’이 아닌 인생의 주체로 활약하는 ‘베일리’ 그 자체를 만날 수 있었다면 보는 이 역시 좀 더 충만한 감정으로 극장 밖을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귀여운 강아지들의 모습에 행복한 감탄사를 연발하는 관객들을 지켜보는 것 역시 이 영화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묘미라면 묘미이다. 화려하고 웅장한 비주얼이 나날이 각광 받는 시대에 또 다른 차원의 다채로운 비주얼을 선사하는 <베일리 어게인>이 반갑다. 이 영화의 여정에 모종의 ‘탐구 의식’ 있다는, 결코 사소하지 않은 정보 하나를 염두에 두고 관람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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