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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디 Jan 29. 2019

소통은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브런치 무비 패스 #08 - 영화 <증인>(2018)

마음을 연다는 것은 무엇인가. <증인>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영화는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아 지우(김향기)와 용의자를 변호하게 된 순호(정우성)의 우정을 담았다. <증인>은 두 사람을 통해, 마음을 연다는 것은 굉장히 품이 드는 일이며 그렇기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증인>을 구성하고 있는 영화적 요소들을 차례대로 걷어내면 남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에 관한 이야기’다. 마음을 연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사건이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보편적인 이야기인지라 평소 실감하기란 쉽지 않다. 마치 공기가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을 잊고 산다는 클리셰처럼 말이다. 이러한 점에서 일부 영화적 장치들은 메시지를 극대화하고 상기하는 역할을 한다. <증인>도 마찬가지다. 소통과 관련해 타인에 비해 극단적 난제를 갖고 있는 지우를 통해, 관객은 소통 과정에서 상대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얻는다. 더불어 변호사와 증인이라는 공적인 관계 설정 역시 두 사람이 마음을 열기까지의 과정을 극적으로 전개한다. 필요에 의해 증인 지우를 만난 순호는 그녀와 친구가 된다. 그리고 지우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깨닫는다. 정말로 닫혀 있던 사람은 자신이라는 사실을.



아쉬운 점도 있다. 이 영화의 소통이 종국에는 순호라는 캐릭터 개인의 단독적 성장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점이다. 배우 정우성의 독보적인 존재감이 그 연유일 수도 있겠다. 관점에 따라 순호 개인의 성장과 깨달음이 더욱 중요한 서사로 다가오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또는 지우의 성장 역시 충분히 보여주지 않았느냐고 누군가는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순호가 대의와 사익 가운데에서 갈등하는 동안에도 지우는 자신이 올바르다고 믿는 것을 꾸준히 따랐던 성실한 캐릭터가 아니었는가. 그렇기에 순호의 성장만큼이나 심도 있게 다룰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본다. 지우의 성장담이 다소 흐지부지 된 것 같아 안타깝다.



'소통'이란 어찌 보면, 그것이 갖는 무게에 비해 너무나도 많은 입에 쉬이 오르내렸던 역사를 가진 단어가 아닐까. 관객들이 <증인>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든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면 이 영화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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