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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디 Jun 24. 2018

SNS, 신세계의 전장(戰場)

영화 <소셜 포비아>(2014)를 보고 2016년에 쓴 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를 주제로 한 영화들이 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로 시작해 <디스커넥트>, <언프렌디드 : 친구삭제> 등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SNS 문화가 영화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최근작으로 올수록 SNS의 어두운 측면이 영화에서 다수 조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셜 포비아>는 이러한 흐름을 같이 하는 독립영화다. 2015년 상반기 개봉한 한국 독립·예술 영화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영화이기도 하다. 미루어 보건대 흥행 요인으로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 가능한 최신의 트렌드가 반영되었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친 듯하다. 이렇듯 <소셜 포비아>에는 최근 경향을 반영하는 키워드가 몇 가지 등장한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한 ‘악플’은 고의적 악의가 드러나는 비방성 댓글을 가리킨다. 이에 비해 다소 낯선 ‘키워’는 ‘키보드 워리어’의 줄임말이다. 막상 현실에서는 별 힘을 쓰지 못하지만, 인터넷 상에서만큼은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가며 악성댓글을 생산하는 전사(戰士)가 되는 이들을 일컫는다. 이 전사들은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다른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러나 SNS 안에서 만큼은 모두 신분을 벗고 대등한 위치에 선다. 실제로 <소셜 포비아>에서 민하영(하윤경 분) 현피 사건에 연루되었던 멤버들은 경찰 준비생(변요한, 이주승 분), 인터넷 방송 BJ(류준열 분), 남고생, 군인 등 그 층위가 매우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소위 네임드 된 키워 장세민(전신환 분) 역시 현실에서는 고급 호텔 사장이며, 미해결 사건 카페 운영자(이강욱 분)는 컴퓨터 엔지니어다. 이처럼 SNS에서 신상의 층위가 모두 사라진다는 것은 자신의 의견을 보다 자유로이 펼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키보드 워(War)를 가능케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기술이 새로운 환경을 만들었고, 그 안에서 다시 새로운 문화가 발생한다. 영화 <소셜 포비아>는 다소 폭력적인 이 세계의 문화를 문제적 사건으로 삼는다.

  ‘현피’는 ‘현실’의 앞 글자인 ‘현’과 Player Kill의 앞글자인 ‘P’의 합성어로, 온라인상에서 벌어진 일이 실제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레나(민하영) 현피 이후로 모든 사건이 촉발되었던 만큼, 현피는 영화의 핵심 소재다. 현피가 대체 어떤 의미이기에 그들은 그토록 집착했던 걸까? BJ 양게(류준열 분)를 필두로 한 현피 멤버들은 홀로 다니지 않는다. '우르르' 몰려 다닌다. 그것은 이들이 개별적 정체성을 숨긴 채 '무리'로 존재해야만 목소리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계속 타겟을 변경해가며, ‘또 다른 현피’로 그 죽음의 원인을 찾으려 한다. 정작 그 원인이 자신들임은 망각한 채 말이다. 책임을 추궁당하지 않기 위해 다른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는 그들은 정의를 부르짖는다. 또한 이 행보를 전쟁이라 일컬으며, 스스로가 전쟁 영웅이 되었다는 착각에 빠지고 도취된다. ‘무조건 사과 받아낸다고! 왜? 정의를 위해서!’

  왜 그들은 미워하고, 또 미움을 받게 되었을까? 극단으로 치닫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이 사건의 본질은 잊혀진지 오래다. ‘미워하는 이들’은 망각의 상태에서 마녀사냥에 몰두한다. ‘미움 받는 이들’은 필사적으로 스스로를 방어하지만, 어쩌다 그 방어의 방법조차 또 다른 마녀사냥이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앞서 SNS라는 새로운 소재가 영화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정말 흥미로운 사실은 따로 있다. 새로운 이야기처럼 보일지언정, 그 본질은 지금껏 인간이 구축해왔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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